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이호철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동유럽으로 떠나며 “촛불대선에 참여하면서부터 떠날 준비를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벗들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지인들에게 알렸다. ‘3철’은 범죄자가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지만 노변(노무현 변호사)과 문변(문재인 변호사)을 대통령으로 만든 데 대한 뿌듯함이 더 커 보였다. 이호철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경남고 선배인 문재인과 함께 일했다. 문재인이 민정수석을 맡았을 때 민정비서관으로, 문재인이 비서실장일 때는 국정상황실장과 민정수석으로 보좌했다.
‘3철’ 퇴장이 끝일까
이호철은 2003년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던 여행업을 지금도 부산에서 하고 있다. 이번 대선 때 부산에 머물며 물밑에서 인재 영입에 힘썼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전재수 박재호 최인호 의원 등 부산 참모들을 한데 묶고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결집해 보수층의 반(反)문재인 정서를 누그러뜨렸다. 서민들이 찾는 가게와 돼지국밥집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안철수 후보를 견제하고 문 후보가 홍준표 후보보다 19만 표를 더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부산 참모들 노력이 적지 않았다.
이호철은 감투에 욕심이 없어 ‘자유인’으로 불렸다. 문재인과 이호철은 노 대통령의 만류에도 청와대를 떠나기도 했다. 노무현 청와대 초기 아마추어리즘으로 비난받은 데는 두 사람 모두 권력이나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권력 운용의 초보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검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 같은 권부(權府) 핵심을 다루는 민정수석실이 맞지 않는 옷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노무현 정부에서 하지 못한 일을 문재인 정부에서 마무리 짓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느냐만 그의 퇴장으로 문 대통령의 어깨가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호철 양정철 최재성의 백의종군은 문재인캠프에 참여한 1000여 명 폴리페서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 다툼에 예방주사 효과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람인 임종석을 대통령비서실장에, 손학규계였던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정세균 국회의장 계보인 전병헌을 정무수석으로 발탁한 문재인의 탕평 인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3철의 한 사람인 전해철도 자연스레 요직에서 배제할 수 있다. ‘왕(王)수석’ 없이 다양한 출신들이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청와대 구도가 대통령의 국정운용에는 바람직하다.
‘왕수석’ 없는 청와대 만들어야
이호철 말대로 그가 5년 내내 아웃사이더로 있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 문 대통령이 곤경에 빠질 때 ‘깨어 있는 시민’으로 남아있기가 쉽지 않겠지만 청와대가 시스템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의 골든타임인 정권 1년을 맞는 내년 지방선거가 첫 시험대다.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개혁 시한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때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또다시 믿을 사람을 찾게 되고, 그러면 문 대통령이 3철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수도 있다.
검찰 수사와 노무현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을 발판으로 대통령에 오른 것은 문재인에겐 운명과도 같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초기 실패를 거울삼아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플랜B까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호에 매달리는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이호철 양정철이 안 돌아와도 되는 청와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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