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곧 주치의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 대통령 주치의의 자질뿐 아니라 관련 제도 개선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파문과 그의 주치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둘러싼 ‘의료 농단’ 의혹 인사들이 18일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등 각종 폐단의 파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16∼1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한 전임 대통령 주치·자문의 및 의료단체장 10명은 대통령 주치의 제도를 손볼 방안에 대한 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주치의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서울대병원 송인성(소화기내과), 최윤식 교수(순환기내과)를 주치의로 임명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내과 전문의가 아닌 산부인과 전문의인 연세대 이병석, 서창석 교수를 주치의로 뒀다. 원래 주치의 외에도 진료과목별로 자문의가 임명돼 필요할 때마다 진료를 돕게 돼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임명되지 않은 의료진의 비선 진료를 받아 ‘주치의 제도가 유명무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응답자 10명 중 4명은 경증 질환을 돌볼 자문의로는 실력이 검증된 1차 의료기관 소속 의사를 위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중증 질환을 앓거나 국내외 출장을 다닐 땐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문 의료 장비와 인력을 조율할 수 있는 대형병원 출신 주치의가 총괄 하지만 감기 등 평소 경증 질환을 불시 진료하는 데에는 지근거리의 1차 의료기관 의사를 통해 자문의 제도를 적극 활성화하는 게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방안은 가벼운 질환은 1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하도록 한 ‘의료전달체계’를 대통령이 솔선수범한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전임 주치의 A 씨는 “대통령도 대형병원을 고집하지 않고 질환의 경중에 따라 의료기관을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면 잘못된 의료 이용 관행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치의 제도를 폐지하고 청와대 의무실의 군의관이 진료를 전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엔 10명 중 9명이 반대했다. 서울지구병원과 청와대 의무실의 의료진은 주로 경험이 적은 단기 복무 군의관으로 구성돼 있고, 수술 장비도 첨단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인들은 “장기적으로는 청와대 의무실의 각 진료과를 강화해 ‘청와대병원’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한 직역단체장은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밀인 만큼, 해군병원 및 예하 의무대가 대통령의 진료를 맡는 미국의 시스템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치의에겐 강력한 비밀 준수와 함께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진료·처방 기록을 검토하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창석 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용 시술과 청와대의 프로포폴 등 구입에 대해 “모른다”고 발뺌했지만 이는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직책을 맡은 입장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는 얘기다. 조경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비서진은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빠짐없이 주치의에게 전달하고, 주치의는 이를 최종 책임지도록 청와대 내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의 변화와 대통령의 의료 수요에 맞게 주치·자문의 제도를 보완하자는 지적도 많았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차기 이사장은 “대통령은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한 직책이므로 자문의 중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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