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반성은 어디로?…자유한국당, 당권 놓고 ‘이전투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1일 23시 34분


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은 생략한 채 공석인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에 빠지는 모습이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20대 국회에서는 친박(친박근혜)들이 자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자 친박계에서는 “정 권한대행이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게 먼저”라고 곧바로 반박했다.

정 권한대행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박들이 다시 득세하면 한국당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자꾸 물러나라는 사람은 대개 원내대표를 하고 싶어 하는 친박계인데 그렇게 가는 것이 (한국당이) 잘 가는 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재적 당권 주자로 분류됐던 정 권한대행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보다는 임기가 12월까지인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 대선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 보수 세력을 이렇게 망가지게 한 세력들은 이제 반성하고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고 재차 친박계를 공격했다. 홍 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들이 또 다시 준동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몇 안 되는 친박이 자유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를 향해서도 “위법한 절차로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하면서 최순실 사건 재수사 하라고 한 것은 미국 같으면 사법방해로 탄핵사유”라며 각을 세웠다.

이번 주 중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힌 정 권한대행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더라도 ‘홍준표 추대론’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 전 후보 측에서는 대선에서 ‘패장’이기는 하지만 당 지지율보다 높은 24%를 득표했기 때문에 추대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에서는 전혀 생각이 다르다.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던 친박계 4선 홍문종 의원은 “화합하고 혁신을 해야 할 때에 분파주의자가 지도자가 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며 “언제까지 ‘친박은 안 된다’는 프레임 싸움에 우리 스스로를 가둘 것이냐”고 반발했다.

당내에는 홍 전 후보가 친박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는 등 독설을 담은 ‘페이스북 정치’를 하는 데 대한 불편한 시각도 적지 않다. 한 TK(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오히려 당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지역의 당원들과 얘기를 해보면 ‘어떻게 당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정 권한대행도 “당권 도전 생각이 있으면 (미국에서) 귀국한 뒤에 떳떳하게 밝히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독자 후보를 내거나 혁신적인 외부 인사를 수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우리는 한국당을 ‘보수’라고 얘기하지만 20~50대는 한국당을 ‘극우’라고 보고 있다는 게 대선 표심에서 드러났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처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꾼다’는 생각으로 새 인물을 데려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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