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을 행정해석(지침) 폐기가 아닌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여당 내에서는 지침 폐기와 법 개정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24일 “아무 대책 없이 지침만 폐기하면 산업현장의 혼란이 극심해질 것”이라며 “근기법 개정을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25일 열리는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와 장차관 임명 후 진행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방침을 직접 보고할 계획이다.
현행 근기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이다. 그런데 고용부가 ‘1주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5일’이라는 행정해석을 1953년 근기법 제정 이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토·일요일 8시간씩 16시간의 ‘휴일근로’가 별도로 계산돼 총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고용부는 2000년 9월 이를 재확인하는 행정해석 문서도 냈다. 그러나 법원이 휴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차라리 법을 개정해 보완책을 넣자는 주장이 나왔고, 국회가 2014년부터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에서 이른바 ‘특별조치’를 통한 지침 폐기를 약속했다. 노동계 출신이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홍영표 한정애 의원도 이를 지지한다. 법 개정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 지침을 바꿔 근로시간 단축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중소기업과 근로자 피해 역시 별도의 지원책을 만들어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업무 지시 형태로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여당 내부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용섭 국가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은 법 개정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침만 폐기되면 주당 52시간을 초과한 근로는 즉시 불법이 돼 사업주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근로자들 역시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여당 내부의 여러 의견과 공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침 폐기와 법 개정의 두 방안 중 하나를 고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지 않고 지침만 폐기할 때 생길 혼란과 부작용을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면서도 “그래도 폐기하라고 지시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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