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찰, 수사권 조정 원하면 인권 보호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인권경찰이 전제조건… 대책 내놔야”… 경찰, 물대포 사용기준 등 검토 나서
인권위원장 대통령 특별보고 부활… 기관장 평가항목에 권고수용률 도입
한국당 “인권위 눈치보게 만들어… 검경 통제하려는 초법적 발상”

조국 민정수석 “인권위 위상 강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경찰의 인권 향상 노력을 전제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 “인권위 위상 강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경찰의 인권 향상 노력을 전제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25일 지시했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5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이 인권위 정신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며 “새 정부가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만큼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국가기관 평가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 반영

문 대통령은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인권위의 특별보고를 부활할 것을 지시했다. 인권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다. 조 수석은 “대통령이 정례적으로 인권위 관련 보고를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각 부처의 인권을 옹호하는 파수꾼과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활동은 노무현 정부 이후 다소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위의 직권조사 권고 건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462건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569건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조사를 수용(전부 수용+일부 수용)한 비율은 95.9%에서 78.9%로 낮아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조사 권고 건수 자체가 노무현 정부의 3분의 1 수준(153건)으로 줄었다. 국가기관이 정책제도를 개선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전부 수용+일부 수용)한 비율은 노무현 정부 시절 92.3%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89.7%로 조금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구금시설, 경찰 등 국가기관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해 국가기관과 기관장 평가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포함시키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인권위의 권고에 응하지 않거나 핵심 사항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부가적인 사항만 받아들이는 ‘무늬만 수용’ 행태를 근절하기로 했다. 조 수석은 “인권위 권고에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관과 기관장 평가를 통해 수용률을 높이는 방안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인권위에 인사·예산권 자율성 부여, 인권위 권고에 법적 구속력 부여 등은 당장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 경찰 인권 향상, 검경 수사권 조정 전제조건

청와대는 경찰 내 인권 향상을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실에서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경찰 자체에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민생 범죄와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왔다.

청와대의 강력한 메시지가 발표되자 경찰은 인권 보호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경찰은 인권위가 권고했음에도 수용하지 않았던 제도를 종합하고 전향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남기 씨 사건 당시 논란이 된 살수차, 차벽 사용 규정이다. 인권위는 2008, 2012년 살수차가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보고 명확한 사용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경찰은 수용하지 않았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살수차, 차벽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시위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현장이나 일선 경찰서에서 인권 관련 지침의 준수 여부를 확인해 점수를 부여하는 인권영향평가지표도 만들기로 했다. 또 수사경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경찰과 확실히 분리하는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인권위 강화 지시가 검찰·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초법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인권위가 모든 인권 관련 정부기관의 상급기관이 돼 인권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송찬욱·박훈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조국#문재인#청와대#인권#인권위원장#대통령#인권위#경찰#수용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