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대북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어제 승인했다.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승인은 지난해 1월 북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14일과 21일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를 붙여 전임 정부에서 중단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결정했다.
다음 달 10일 방북하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등 정치인이다. 북핵 해법으로 ‘과감한 대화’를 주장해온 이들이 방북하면 북에서도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를 타진하기 위해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 어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새로운 남북관계를 주도하기 위해 통일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북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하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끊임없는 도발을 했기 때문이지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가 무조건 적대적인 대북정책을 폈기 때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 관련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천해 남북관계도 풀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한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남북관계가 우리 선의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의 역사가 입증한다.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남북관계 돌파구를 연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 국제사회가 북의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키기 위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국면에서 ‘무조건 대화’가 반드시 정당한 것도 아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을 대화로 최종 해결하되 모든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대북정책 기조를 최근 확정해 서명했다고 한다. 새 정부의 남북대화도 시기와 조건, 방법 등을 치밀히 검토해 추진하지 않으면 김정은이 북핵 면죄부를 받는 것으로 상황을 오판하고, 국제사회도 한국을 오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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