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정책 표지갈이만 하나”… 관료들 군기잡는 국정기획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김진표 “진정성 안 느껴진다” 질타… 자료 유출되자 보고 일정 바꾸기도
관가 “정권 초기 밉보일까 조심”
일각 “점령군 행세 않겠다더니…”

대화 나누는 김진표 위원장-장하성 부위원장 29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시작하기 전 김진표 위원장(오른쪽)과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대화 나누는 김진표 위원장-장하성 부위원장 29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체회의를 시작하기 전 김진표 위원장(오른쪽)과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부처 업무보고가) 대체로 기존 정책의 겉만 바꾸는 ‘표지 갈이’ 같은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이 29일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기반성을 토대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공직사회를 질타하면서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기조인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고용·분배의 ‘골든트라이앵글(황금삼각형)’에 대해서도 관료들의 이해도가 국정기획위 자문위원들보다 낮은 것 같다”며 “조직 이기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 부처에 유리한 공약은 뻥튀기하고, 불리한 공약은 애써 줄이려고 하는 것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공직사회를 향한 김 위원장의 이런 비판을 두고 국정기획위가 본격적인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위원회가 출범한 직후인 22일 김 위원장은 “자문위원들이 혹시라도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분과위원장들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급락하는 등 지난 9년 동안 후퇴를 거듭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과 통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공개 면박을 줬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선 이개호 경제2분과위원장이 한국수력원자력 측 관계자가 출석하지 않은 것을 알고 다음 달 2일 예정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재보고 때 원안위와 한수원 모두 출석할 것을 지시했다. 사전에 한수원 관계자와 함께 회의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한 원안위로서는 애꿎게 다시 한번 국정기획위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셈이 됐다.

앞서 26일엔 국민안전처의 업무보고서가 자문위원들에게 배포되기 전에 유출되자 업무보고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공무원들은 헛걸음을 해야 했다. 국민안전처 업무보고는 31일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의 질타와 재보고, 함구령 등에 부처 관료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지난 정부 때 주요 정책을 도맡아 했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업무보고 내용에도 불만을 표시하는 자문위원이 많았다”며 “업무보고에 추가되는 부처나 산하기관이 늘면서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업무보고 내용뿐만 아니라 분위기조차도 밖으로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이 떨어졌다”면서 “정권 초기에 잘못 보였다가 혹시라도 부처 전체가 손해를 볼까 봐 다들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대선 당시 5개 정당의 공통 공약 44개를 선정해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나더라도 큰 틀에서 정책 방향이 같거나 유사하다면 최대한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 ‘블라인드 채용’을 강화하는 채용 공정화법,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혜령 기자
#국정기획위#정책#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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