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본회의 표결에서 인준안은 찬성 164표, 반대 20표로 채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헌법상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겠다”며 민생 총리, 갈등해결 총리, 현장 총리로서의 역할을 주문했다.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종점이 아니라 통로”라며 국민, 국회와의 소통에 무게를 실었다.
인준 표결에 앞서 자유한국당은 이 총리 부인의 위장전입과 그림 판매 등 의혹을 들어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인준 표결을 막지 않고 퇴장했다. 어렵사리 이뤄진 인준 과정을 봐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協治)는 필수 과제임이 확인됐다. 이 총리는 “갈등이 심한 현장을 가장 먼저 찾겠다”고 말해왔다. 서울 광화문과 세종시 집무실보다는 민생 현장과 여의도 국회를 수시로 찾아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의원들은 이 총리에게 헌법이 보장한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라고 주문했다. 이 총리도 “내각은 총리가 최종 책임자라는 각오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에게) 직언을 드리고 시정되지 않으면 결연한 행동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총리는 이제 1기 내각 구성에 대한 분명한 인사 의견부터 내야 한다. 임명제청권의 제청(提請)은 인사안을 제시해 결정을 청구하는 것이지, 이미 나온 의견에 찬성하는 재청(再請)과 엄연히 다르다. 나아가 이미 지명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지명 철회를 요청하는 결기도 보여야 할 것이다.
총리는 흔히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라지만 권력의 2인자만큼 처신하기 어려운 자리도 없다. 결국 대통령과 총리의 사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에서 확인됐듯이 총리가 대통령 의중만 살피다간 제왕적 대통령의 불행을 방조하는 역할밖에 못 한다.
문 대통령은 이미 권력 분산을 위한 헌법 개정도 약속했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폭넓게 이양해 책임총리의 위상을 확고히 해주고 분권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 새 정부 들어 벌써부터 비대해진 대통령비서실에 권력이 쏠리면서 내각을 제치고 청와대가 독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독주는 분권과 협치라는 시대적 요구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내각이 청와대의 하청업체 역할을 하는 정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 총리는 청와대에 쏠린 권한을 내각으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책임총리가 돼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