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前現 안보실장 인수인계한 줄 알고 세부내용 삭제”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사드 보고 누락 논란]‘靑 vs 국방부’ 논란의 쟁점은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진실 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6일 국방부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보고부터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 조사 지시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① ‘보고’냐 ‘인지’냐

청와대와 국방부에 따르면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26일 오후 3시∼4시 30분 정 안보실장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 이어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은 오후 7시 30분부터 보고에 참석했던 한 군 관계자를 따로 불렀다.

청와대는 이 1차장이 이 관계자를 불러 보고 내용을 되짚어가던 중 발사대 4대의 반입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이 1차장이 따로 관계자를 부르지 않았다면 청와대는 지금도 몰랐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국방부는 이 1차장에게 추가로 구두 보고를 하면서 발사대 4대 반입 내용을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1차장과 군 관계자의 면담에 대해 국방부는 ‘보고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따로 불러 확인하던 중 인지했다”며 ‘보고 누락’으로 판단했다.


② ‘6기 보관’ 문구는 왜 빠졌나

청와대는 안보실에 제출된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 있던 ‘6기 보관’ 등의 문구가 빠진 것을 의도적 누락의 결정적 근거로 보고 있다. 30일 청와대에서 조사를 받은 국방부 실무자들도 관련 문구가 초안에 있다가 최종본에 빠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군은 지난달 21일 정 안보실장이 임명된 직후 사드 발사대 반입 관련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에게서 이미 인계를 받았을 것으로 판단해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한다. 군 관계자는 “정 안보실장이 자세한 부분은 다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굵직한 것 위주로 보고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은폐를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누락한 건 절대 아니다”고 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날 “실무자들이 (보고서 내용에) 다 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한 것”이라며 “내가 (삭제를) 지시한 일이 없고 그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선에서 빠진 것이냐’는 질의에 대해선 “그 보고서는 실무 선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방부 보고서가 국방 수장의 확인과 재가를 거치지 않고 실무진의 검토만 거쳤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③ 정의용-한민구 오찬은?

지난달 27일 이 1차장으로부터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정 안보실장은 28일 한 장관과 오찬을 했다. 이때 오간 대화 내용이 진실 규명의 또 다른 핵심 포인트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안보실장은 “사드 4대가 추가 반입됐다는데요”라고 물었고,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 대화 내용만 보면 한 장관은 거듭 발사대 4대 반입을 부인한 게 된다.

그러나 한 장관은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관점이나 뉘앙스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해가 있다는 취지다.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는 말을 실제로 했느냐는 질문에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처음엔 정 안보실장이 “배치됐느냐”고 물었다고 했다가 “반입됐느냐”고 물었다고 정정하면서 실제 대화 내용이 궁금해지고 있다.

④ 文 “매우 충격적”, 왜?

정 안보실장은 오찬 다음 날인 29일 문 대통령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30일 한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발사대 4대 반입 사실을 확인했고, 곧바로 조사를 지시하며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4대 반입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건지, 국방부의 ‘부실 보고’ 태도가 충격적이라는 건지는 분명치 않았다. 이에 대해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때문이 아니라 국방부의 보고 누락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4대 반입 사실이 알려졌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그런 보도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국방부가 알리지 않은 사항을 청와대가 인지해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와 별개로 국방부의 공식 보고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청와대#국방부#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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