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피켓시위 뚫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등이 인준 투표를 하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총 188명이 참여해 16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20명에 불과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국회의 첫 표결 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의석수 120석)과 국민의당(40석), 정의당(6석)이 ‘한편’을 이룬 셈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3당 공조’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107석)은 이 총리 인준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3당 공조’가 유지되는 한 수적 열세 속에 ‘보이콧’ 말고는 다른 견제 수단이 없음이 확인된 셈이다.
○ 반쪽짜리 협치는 숙제로 남아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한국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느라 1시간 반가량 지연됐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들이 사실상 ‘여권의 2중대’가 된 상황에서 정부의 독선과 인사 난맥상에 제1야당으로서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 국회 로텐더홀에서 총리 인준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항의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오후 3시 반경 임명동의안 표결 안건을 상정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이게 협치냐” “상정하면 안 된다”며 고성을 지르다가 퇴장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도 “정권이 바뀌자마자 날치기를 하느냐”고 항의하며 휴대전화로 본회의장을 촬영했다. 이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조 의원의 항의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나선 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의 도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나쁜 선례를 남긴 것에 대해 마음이 무겁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해 강력한 대(對)여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야당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여당도 협치를 해야겠지만 야당도 협치를 해야 한다. 협조할 건 협조하고 반대할 건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명동의안 처리 직후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국회의 협치가 중단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인사청문회와 일자리 추경이 남아있다. 협치는 중단 없이 오히려 뿌리를 더 깊게 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공공일자리 확대를 위한 추경에 반대하고 있어 6월 국회 내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표결 결과에 투영된 여야 구도
이탈 표를 우려해 본회의 총동원령을 내린 민주당은 118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국민의당은 39명, 바른정당 19명, 정의당 6명 등 다른 정당도 한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본회의에 참석했다.
이 총리 인준에 찬성한 의원이 164명에 이른 만큼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4명)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여권 성향 무소속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국민의당에서 이탈 표는 3표에 불과한 셈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초 소신에 따라 반대하려던 의원도 일부 찬성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면 투표에는 참여하되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 바른정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른정당에서 일부 찬성하고, 국민의당에서 반대표가 더 나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국민의당은 일단 ‘내부 단속’에 성공한 셈이다.
여기엔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을 의식해 호남 출신 이 총리 인준 표결에 반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표결 결과만을 두고 ‘3당 공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일자리 추경 등 사안에 따라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이견을 보이며 반대로 돌아설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의당을 우군(友軍)으로 붙잡아 둔 상태에서 한국당과의 관계 개선도 이뤄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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