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도입 과정을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비한 미사일 요격 훈련에 성공했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ICBM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체를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Ground-based Interceptor)로 맞혀 떨어뜨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1999년 이후 지금까지 17차례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했지만, ICBM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이 이번 실험 목표를 북한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ICBM에 대한 첫 요격 실험은 최근 미사일 발사 시험 도발 과정에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온 북한을 사실상 겨냥해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고도의 기술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시험은 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마셜제도에서 발사한 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서부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내 지하 격납고에서 발사한 요격 미사일이 격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임스 시링 MDA 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복잡하고 대표적인 위협 요소인 ICBM에 대한 요격 성공은 지상발사미사일방어체계(GMD)의 놀라운 성취이자 미사일방어 프로그램의 중대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미사일방어체계는 미 본토 방어에 매우 중요하며, 이번 실험은 매우 실질적인 미사일 위협들에 대한 미국의 방어 능력과 억제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MDA는 이번 실험에서 태평양에 배치된 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 등 여러 센서가 탐지와 추적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미군이 ICBM 요격 실험에 성공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계(MD)의 증강을 위한 명분을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드를 비롯한 MD를 세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걸림돌을 제거한 만큼 사드 추가 배치를 놓고 한국 정부와의 향후 협상 과정에서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ICBM급 비행체를 명중시킨 GBI는 3단계로 이뤄진 미국의 본토 방어용 MD에서 두 번째 관문에 해당한다. 1차 관문인 태평양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SM-3 미사일이 적의 ICBM을 격추하는 데 실패하면,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 GBI를 발사해 첫 관문을 통과한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에 요격한다. GBI마저 ICBM을 요격하지 못하면 사드와 패트리엇 미사일이 마지막 3단계에서 잇따라 ICBM을 요격하게 된다.
한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와 대북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과 중국은 ‘(탄도미사일 시험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언제 추진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의 중”이라며 “이번 주 논의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헤일리 대사는 “중국이 북한과의 막후 채널을 통해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며 “우리(미국)는 그런 역할과 관련해 중국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유엔 관계자들은 “중국은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ICBM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엔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추진에 나서겠지만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반복된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제재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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