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수석회의서 뜸 들이며 얘기꺼내… “국정과제 정리하기前 반영을”
영호남 화합 위한 사업 강조… 대선후보 때도 특별법 약속
학계, 환영속 부실발굴 우려도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국면에서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뜸을 들이면서 ‘가야사(史)’ 얘기를 꺼냈다. 문 대통령은 “지금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있는데, 지방 공약에 포함됐던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꼭 좀 포함시켜 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언급을 예상치 못한 듯 “아, 가야사…”라고 되뇌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가야사 연구와 복원이 영남과 호남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고대사가 삼국사 중심이라 그 이전 가야사는 신라사에 덮여서 제대로 연구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야가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경북까지의 역사로 생각하는데, 사실 섬진강과 광양만, 순천만, 심지어 남원 일대와 금강 상류 유역까지 유적들이 남아 있다”며 “가야사 연구 복원은 말하자면 영호남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발언 말미에 “국정자문위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나면 기회를 놓치고, 그 뒤로는 다시 과제로 삼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번에 충분히 반영해 주시길 바란다”며 해당 사안을 관철하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산경남 지역 공약으로 ‘가야 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영호남의 길목인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영남·호남 공동선대위 발족식과 같은 행사를 추진하다 일정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어려서부터 역사를 좋아해 역사 공부가 가장 즐거웠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다’고 적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영남 인사들은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지냈고, 호남 출신 중용이 계속되면서 지역민들은 약간 서운한 감정을 느낀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가야사 발언은 영남 지역 지지자들에 대한 선물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가야 문화권 복원은 단순 지역 공약이 아니고, 일본이 고대 가야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맞서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는 사업”이라며 “경남·북, 전남·북에 걸친 가야 유적지를 관광벨트화해 낙후지역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학계는 “신라사에 비해 연구자 수와 지원이 부족했던 가야사 관련 연구 기반이 확충될 기회”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야 유적지가 밀집한 경남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힘이 실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문화유적 복원사업을 주도하면 자칫 속도전으로 흐르면서 부실 발굴이 초래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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