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亞안보회의 기조연설… 초안에 없던 ‘투명하게’ 표현 추가
‘사드 밀반입’ 지적 불만 드러내
시링 청장, 신속배치 요청할 듯… 靑 “종합적으로 접근해야할 사안”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의 한반도 도입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놨다. 사드 발사대 추가 도입 보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며 미군이 사드 장비를 ‘밀반입’한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임스 시링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사진)이 전격 방한해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해 점증하는 위협에서 한국을 방어하고자 한국과 투명하게(transparently)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연설문 초안에 없던 ‘투명하게’라는 표현을 실제 연설에서 추가했다. 미군이 독단적 결정으로 사드를 들여오지 않았다는 점을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일(현지 시간)에는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대행이 “사드 반입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과 모든 과정을 상의해 왔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논의 과정에서 한국 측에 (반입한) 발사대 수를 알렸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모든 과정에서 상의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정부는 이번 사태가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3일 오후 매티스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 안보실장에 이어 한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는 형식으로 한국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를 미 측에 전달한 것이다. 매티스 장관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답했다.
시링 청장이 전격 방한한 것도 양국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사일방어 전문가인 시링 청장은 사드 논란이 더 확대되기 전에 한국 정부에 사드의 신속한 배치의 필요성을 재차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링 청장은 사드 배치 부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에도 한국을 방문해 사드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요구하는 한미 합의에 의거한 사드의 조속한 배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한미 간 불협화음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양국 갈등이 지속될지, 아니면 해결의 계기를 찾을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진상 조사와 관련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청와대는 3일 귀국한 정 안보실장의 방미 행보와 한미 국방장관의 회동 내용 등을 토대로 미국의 기류를 파악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섣부른 후속 조치에 나설 경우 외교적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사드에 대한 해법은 (발사대 4대 반입에 대한 진상조사) 조치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교적 현안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싱가포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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