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오랜 ‘외교안보 멘토’ 하차… 한미정상회담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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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인사 첫 사퇴… 김기정 靑안보실 2차장 낙마

인사검증 진통 겪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조류인플루엔자(AI) 초동대응 방안과 주택시장 동향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인사검증 진통 겪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조류인플루엔자(AI) 초동대응 방안과 주택시장 동향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일 오전 청와대 안팎에서는 추가 인선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달 30일 이후 장관 인선이 멈춰있는 상태인 데다 전날 청와대 핵심 수석비서관들이 늦은 밤까지 인선을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청와대 관계자도 “(오늘) 인사 발표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것은 인선이 아닌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자진 사퇴였다.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논란 등 인선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청와대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검증 및 인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 나오면서 추가 인선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제보에 물러난 靑 외교 컨트롤타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4일째인 지난달 24일 김 차장을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안보실 2차장을 겸임했지만 현 정부는 청와대 개편에 따라 2차장을 별도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의 안보실 강화 방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리에 오래된 ‘외교·안보 멘토’인 김 차장이 앉은 것이다.

김 차장은 바로 업무를 시작해 지난달 26일 국방부의 업무보고 자리에 배석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참석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 업무도 맡았다.

하지만 김 차장 임명 직후 청와대에 김 차장의 교수 재직 시절 품행과 관련한 투서와 제보가 전달됐다고 한다. 일부 제보는 관련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황, 시점 등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된 제보에 청와대는 지난달 말부터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조사에 나섰고, 지난주 말부터는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청와대는 “경질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사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의 표명의 이유에 대해선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라고만 했을 뿐 ‘구설’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내정 단계에서 낙마한 안현호 전 일자리수석비서관 내정자도 사후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 전 내정자는 5대 비리와 연관된 문제가 있어 내정이 철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한미 정상회담·G20 준비 ‘빨간불’

김 차장의 낙마로 당장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안보실 확대 개편에 따라 안보실 1차장은 국방 개혁, 군비통제 등 군 관련 업무를 맡는다. 통일, 외교 전략은 2차장 소관이다. 2차장 산하 외교정책비서관, 통일정책비서관, 정보융합비서관, 사이버안보비서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차장까지 물러나면서 청와대 외교 라인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가 됐다.

한 여당 의원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국회의 기류”라며 “만에 하나 강 후보자 임명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외교부 수장과 청와대 외교 컨트롤타워 없이 문 대통령이 방미 길에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후속 인선에 시간이 더 걸릴 경우 7월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 도마에 오른 靑 검증 시스템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청와대 고위직들이 낙마하자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에서 김 차장 사퇴에 대해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존재하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며 “청와대가 국민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거나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문제) 지적은 아프게 받겠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며 “과거와 다른 잣대로 (검증을) 바라보고 있기에 인사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는 6일째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상 내정된 장관 후보자 중 3, 4명 정도는 새 인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며 “‘인물난’으로 의원들의 입각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송찬욱 기자
#문재인 정부#김기정#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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