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가계부채, LTV-DTI 탓만 아니다”… 與와 시각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60·사진)가 가계부채 증가 원인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만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진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528쪽 분량의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 새 정부에서 펼칠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나 여당 등과 미묘하지만 차이가 엿보이는 언급이다. ‘경제는 경제 논리대로 풀어야 한다’는 직업 관료의 소신이라는 평가와 함께 노무현 정부 시절 386 학생운동권 출신 참모그룹과 관료들 간에 불거졌던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7일부터 시작될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발언 수위가 주목받고 있다.

○ 가계부채 증가, 복합적 현상


김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 원인에 대해 “LTV·DTI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 주택시장 호조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LTV·DTI 규제가 가계부채 증가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새 정부 인사들의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후인 지난달 말 “LTV·DTI 규제를 푼 것이 가계부채를 낳은 요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8월부터 LTV는 수도권 50%(비수도권 60%)에서 70%로, DTI는 50%(서울 지역)에서 60%로 완화했는데 이것이 부동산 투자 열풍을 불러와 가계부채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예정대로라면 올해 7월 말로 종료된다.

김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청와대 등과 다르게 봤다. “가계부채가 당장의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소비-부동산 등과 연결된 사안으로 긴 호흡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당장 LTV·DTI 비율을 낮출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4일 언론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LTV·DTI 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도입 유예 주장이 나오고 있는 종교인 과세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다. (내년에 시행하면)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예정대로 제도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교계 분위기와 여론을 살피려던 청와대와 정부가 머쓱해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예외도 있어”

하지만 일부 정책을 두고는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김 후보자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검토” 방침을 밝힌 게 대표적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집주인이 세입자와 전·월세 재계약을 맺을 때 상승폭을 5%를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민주당이 야당 시절 줄기차게 도입을 주장했다. 2년 거주한 세입자가 2년 추가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 사항이다. 기재부와 국토부 등은 전·월세 폭등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도입에 반대해 왔다.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 대해 김 후보자는 “상시적 지속적 업무, 생명과 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은 옳지만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휴직 근로자 대체, 전문직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합의 여부를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성과연봉제를 포함한) 합리적인 보수체계로 개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과연봉제의 긍정적인 부분은 인정했다.

관가에서는 김 후보자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가까운 새 정부의 일부 공약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실행하는 데 힘을 발휘해 줬으면 하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정부 여당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내놓기보다는 원칙과 소신을 기반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김동연#인사청문회#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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