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北위협 급박해 미군에 32만m² 부지 우선 공여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사드 배치 환경평가 논란]작년 12월, 성주땅 넘겨받기 전에 15만4550m² 환경평가 용역계약
올해 4월 미군에 32만8779m² 공여… 총 70만m² 2단계 순차공여 계획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아직 안해… 일각 “전략환경영향평가 피하기”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해 세워져 있다. 성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해 세워져 있다. 성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에 대해 강화된 환경영향평가(이하 환경평가)를 지시하면서 국방부가 환경평가를 최소화하려 했는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짚어봤다.

① 당초 환경평가 용역 15만 m²로 계약한 이유는?

국방부가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평가에 처음 나선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아직 롯데로부터 성주골프장을 넘겨받기도 전에 긴급 환경평가 용역 입찰 공고문을 내자 “사드 배치에 급급해 절차를 무시했다. 가상의 땅에 환경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6일 본보가 입수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용역 과업내용서에 따르면 국방부가 12월 20일 환경평가 업체와 계약을 맺을 당시 평가 대상 부지는 15만4550m²에 불과했다. 올해 2월 28일 롯데와의 공식 계약을 통해 넘겨받은 골프장 전체 면적 148만 m²에 비해 현저히 적다.

국방부는 당시 “일단 15만 m²만 환경평가 대상지로 설정한 건 얼마만큼 주한미군에 공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면적만 용역을 준 것”이라며 “부지가 공여되고 나면 평가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4월 20일 주한미군에 부지 32만8779m²를 공여한 뒤 환경평가 대상 부지도 이에 맞춰 확대했다.

② ‘소규모 환경평가’ 받으려 공여 부지 축소?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은 국방·군사시설 사업 중 주민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없이 6개월 안에 끝낼 수 있는 ‘소규모 환경평가’가 가능한 부지 면적을 33만 m²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에 ‘32만8779m²’를 공여한 것은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통 1년 안팎 걸리는 ‘일반 환경평가’를 피하려고 1221m²만 교묘히 덜어낸 것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청와대의 발표로 국방부가 ‘2단계 순차 공여’ 방식으로 총 70만 m²를 주한미군에 공여하려던 계획 중 32만8779m²만 먼저 공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일반 환경평가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여’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주한미군은 골프장 부지 전체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 관계자는 “사드 장비를 배치하는 데는 10만 m²면 되고 안전거리, 숙소 등을 감안해도 33만 m² 정도면 충분하다”며 ‘2단계 공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소규모 환경평가가 가능하도록 먼저 32만8779m²를 공여한 건 북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해 사드 배치가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③ 군사시설 보호구역 미지정도 환경평가와 관련?

사드 부지는 지금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역시 군이 제대로 된 환경평가를 피하기 위해 쓴 꼼수로 꼽힌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면 그에 앞서 일반 환경평가나 소규모 환경평가와 별개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방부는 4월 25일 성주군으로부터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의견서를 받은 뒤 한 달 반째 침묵하고 있다.

군 당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새 환경평가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진행된 소규모 환경평가 내용을 토대로 일반 환경평가 과정을 대폭 단축할지, 모두 백지화하고 새로 평가를 할지는 미지수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현재로선 확실한 게 하나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손효주 hjson@donga.com·이미지 기자
#사드#문재인#배치#부지#환경평가#국방부#공여 부지#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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