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지층, 野의원 겨냥한 ‘문자폭탄’ 부추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與지지층, 인터넷-SNS로 ‘국회의원 전화번호 공개’ 사이트 공유
“민의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자”… 한국당-바른정당 127명 번호 게시
본인 동의없는 공개는 처벌 가능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의혹 검증에 나섰던 야당 의원들이 거친 욕설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폭탄’을 맞아 논란인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웹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해당 사이트는 야당 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번호를 무단 공개한 데다 ‘문자 폭탄’ 공격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어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수성향 야당 의원 실제 전화번호 공개

6일 현재 해당 사이트에는 자유한국당 의원 107명과 바른정당 의원 20명 등 총 127명의 휴대전화 번호가 게시돼 있다. 두 정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전화번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공개된 야당 의원 휴대전화 번호 중 상당수는 실제로 사용 중인 번호였다. 해당 사이트는 지역구 이름이나 국회의원의 이름 중 일부 글자만 입력해도 휴대전화 번호 검색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사이트 이름인 ‘greatpark1819’는 앞서 국정 농단 사건 수사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관)’이 사용했던 공용 e메일 주소에서 따온 것이다. 해당 사이트의 인터넷주소(IP주소)는 수시로 한국과 미국, 유럽 등지로 바뀌었다. 또 누가 사이트를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김태순 한국해킹보안연구소 대표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는 친여당 성향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접속자가 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이 이 사이트를 정치 성향이 비슷한 누리꾼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를 통해 홍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길들이기에 들어간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민의가 무엇인지 직접 소통하려는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며 이 사이트를 공유했다.

○ “본인 동의 없는 전화번호 공개는 위법”

법조계는 야당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 공개는 위법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공개한 번호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휴대전화 번호 공개는 본인 동의를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휴대전화 번호 공개에 동의한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이트는 자신들이 어떻게 야당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파악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이트를 만든 사람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호사 A 씨는 “본인 동의 없는 휴대전화 번호 수집과 공개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문자피해대책 태스크포스(TF)’ 김인원 단장(55·변호사)은 “본인이 원치 않는데 인터넷에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자 폭탄’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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