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단체 회원 “빨갱이 ××들”… 옛 동교동계 인사들 김대중 前대통령 묘역서 봉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부관참시해야” 욕설에 물세례… 박주선 멱살 잡으려고 몸싸움도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민의당 관계자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제공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민의당 관계자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제공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옛 동교동계 인사들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에게 물세례를 받는 등 봉변을 당했다.

박 위원장과 송기석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이훈평 전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은 이날 오전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후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나서던 길에 태극기를 든 일행 100여 명과 마주쳤다.

새누리당 평당원 등이 뒤섞인 이른바 ‘태극기 부대’인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내려오던 중이었다. 박 위원장 측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는 이들을 먼저 보낸 뒤에 현충원을 빠져나오기 위해 잠시 김 전 대통령 묘역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을 알아본 보수단체 회원들이 발길을 돌려 박 위원장 일행을 향해 ‘빨갱이 ××들이 빨갱이 묘역에 왔다’ ‘부관참시를 해야 한다’ ‘박근혜를 살려내라’ ‘탄핵 무효’ 등의 욕설과 구호를 외치며 길을 막아섰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는 왜 가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과격한 보수단체 회원은 박 위원장의 멱살을 잡으려고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의 얼굴과 옷이 물에 젖고, 몸싸움을 막던 이들의 옷이 일부 찢어졌다.


결국 경찰과 현충원 관계자들이 현장에 출동해 수습에 나서면서 양측의 대치는 30여 분 만에 끝났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며 “박 위원장은 태극기를 그렇게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태극기로 나를 찌르려고 하기에 태극기를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건 태극기에 대한 모독이라고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했다”며 “현충일에 영웅을 모신 곳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지나친 행동이다. 개탄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차량 통행이 안 되는 데다 인파가 너무 몰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하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나는 김 전 대통령을 모셨으니 개인적으로 묘역에 들러 참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석 coolup@donga.com·장관석 기자
#국민의당#박주선#보수단체#동교동계#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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