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에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이행할 방안을 찾아오라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요구에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둘러싸고 국정기획위와 미래부, 통신업계 3자가 합의해 내놓을 수 있는 마땅한 해법이 없어 통신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부는 9일 오후 국정기획위에 다시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통신비를 낮추는 방안, 2세대(2G)·3G 가입자 기본료 폐지, 안 쓴 데이터 이월 및 공유 확대 등 방안이 거론됐지만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국정기획위의 당초 요구대로 통신 기본료에 해당하는 1만1000원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면 통신 3사는 수익이 연 7조 원 정도 줄어 일제히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다. 업계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데다 법이나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미래부로서는 5G 등에 대한 통신업계의 투자도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5G망을 통신사가 아니라 국가 주도로 설치하는 방안이나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위한 분리공시제 도입 등의 얘기가 나오지만 이 역시 뾰족한 해법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국가 주도 5G망 설치는 “사실상 통신사 국유화”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이 사라지고 연구개발(R&D) 투자도 안 해 벤처기업까지 다 죽는다”며 “통신망 설치·관리 기술도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제조사와 통신사가 유통매장에 주는 지원금과 판매장려금을 각각 분리해 공개하자는 분리공시제는 최근 LG전자가 찬성하면서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각 통신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일괄 인하’보다 ‘소득이나 사용량에 따른 차등적 인하’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위원은 7일 오후 브리핑에서 “1만1000원(이라는 금액)보다는 기본료 폐지가 공약이었다”며 “공약을 확대해석하면 통신사 연간 수익이 7조 원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부분은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조만간 각 통신사와도 직접 접촉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최 위원은 “금요일(9일) 오후 미래부로부터 통신비 절감 방안이 담긴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최 위원은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 공약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 진전된 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통신전문가인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미래부 제2차관에 임명했다. 최 위원은 “새로 김 차관이 왔으니 김 차관을 중심으로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방안을 진지하고 꼼꼼하게 검토한 다음 보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조직이 해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미래부는 5일 새로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 안에서 오히려 조직이 커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고작 하루도 안 돼 국정기획위로부터 “누구를 위한 미래부인지 모르겠다”는 ‘질책’을 받으면서 업무보고 전까지 새로운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