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해산 반대 단독 소수의견을 낸 데 대해 “통진당의 강령 자체만으로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요소가 없다”고 말했다. 정당해산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 강령을 버젓이 내걸고 활동하는 정당은 거의 없다. 그의 논리를 따르면 공산당이라도 강령만 ‘진보적 민주주의’니 뭐니 그럴듯하게 해놓으면 해산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민주주의에서 소수의견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헌법에 정당해산제도를 둔 국민의 뜻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반(反)헌법적 소수의견까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그의 헌법재판관 재직 시 내려진 헌재 결정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치활동과 관련한 교원노조법 위헌 심판, 곽노현 교육감 사후 매수죄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헌 심판 등 민주당이 찬반 의견을 낸 판결 19건 모두에 그는 민주당 의견과 일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이유로 국회 특정정당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사람이 헌재소장에 지명되는 데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가 헌재소장이 된다 해도 임기는 겨우 1년 3개월 남아 헌재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도 한계가 있다.
김 후보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 판사로 배치돼 시민군 배모 씨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2012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과라는 표현을 피하고 “마음속 큰 짐”이라고 한 데 대해서 어제는 “제가 한 결정이 하도 오래전이라 배 씨를 뭘로 처벌했는지, 배 씨가 무죄가 됐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청문회에) 나갔다. 답변에 응하다 보니 재심에서 무죄 난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배 씨는 사형선고를 받고 32개월간 복역한 뒤 사형집행이 면제돼 풀려났고, 1997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선고를 받았다. 배 씨를 뭘로 처벌했는지 잊어버리고, 실제 처벌이 집행됐는지 관심도 갖지 않은 것이 마음속 큰 짐 진 사람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김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까지도 자신의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구체적 사용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사용 내용 공개를 계속 거부하면 김 후보자의 청렴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 헌재소장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3억여 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만으로 낙마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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