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부총리 후보 ‘혁신성장’ 소신을 주목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8일 00시 00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유도한다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 후보자는 “소득 주도 성장도 경제의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한 채널이지만 궁극적인 접근은 ‘혁신성장’”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입법과제였던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 등에 찬성한 반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는 “일부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우선순위와 정합성에 따라 공약을 조정할 수 있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이 추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혁신성장은 규제개혁, 유망서비스업 육성, 기술혁신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에 제언한 것도 서비스부문 규제개혁 등을 통한 노동생산성 제고였다. 청년실업,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직접적 지원 정책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김 후보자의 소신이라면 생각이 다른 청와대와 끝장토론이라도 하면서 정책 방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1일 부총리로 내정될 때부터 그는 “당장 눈에 보이는 해법보다는 볼링핀 뒤에 숨어 있는 ‘킹핀’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킹핀’이 바로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모순이며 핀을 쓰러뜨리는 방법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와 정책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고 하지만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1년에 400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에 영향을 주는 경제정책이 정권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1분기 성장률이 1.1%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실제 성장률은 0%에 가깝다. 착시 효과에 갇혀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을 보류한 채 분배에만 치중하다가는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 독일뿐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의 고용 사정이 개선된 것은 공무원을 늘려서가 아니라 노동개혁을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의 결과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지 못한다면 경제부처는 공약을 기계적으로 이행하는 집단이 될 수도 있다. “정권 실세 위주로 된 경제 라인에서 김 후보자가 잘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라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는 한국 경제에 던진 물음표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는 “분명하게 중심을 잡고 갈 것”이라고 했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던진 혁신의 화두에 대해 민관(民官)과 소통하며 J노믹스를 보완하기 바란다.
#김동연#경제부총리 후보#국회 인사청문회#j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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