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북한에서 이산가족은 대다수가 ‘적대 계층’으로 분류된다. 고향이 남쪽이고, 혈육이 남한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핵심 계층이 아닌, 언젠가는 변절할 수 있는 적대 계층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남한 출신은 노동당이나 국가보위성 같은 핵심 권력 기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남한 출신 주민 대다수는 벗을 수 없는 신분의 굴레를 쓴 채 광산 등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평생 감시 속에 살고 있다. 얼굴에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한 남한 출신 북한 주민들을 말끔한 남한의 형제들과 마주 세운다는 것 자체가 북한 당국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초기 이산가족 상봉 때에는 교수나 예술인 등 내세울 만한 남한 출신들을 내보냈지만 이제 ‘잘나가는’ 사람들은 바닥난 상태다.
두 번째 이유는 평균 수명이 긴 남쪽과 달리 북한은 수명이 짧은 데다 상봉 대상자인 남한 출신은 육체적 학대를 받는 직업이 많아 일찍 세상을 뜬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상봉 후보군이 적다.
세 번째로 이산가족 상봉자들에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행사 보름 전부터 평양으로 올라와 마사지와 머리단장을 받고 옷도 단체로 맞춰 입는다. 남측 가족을 만났을 때 지켜야 할 절차, 각종 돌발 질문 대처법, 우상화 및 체제선전 방법 등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을 받는다. 특히 납북 어부 등 ‘요시찰 인원’은 선발 시 몇 배로 신중할 수밖에 없고, 돌발 행동이나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내보내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시 서로 건넬 수 있는 현금 액수를 500달러로 제한했다. 남쪽 가족에게서 받은 돈 중 250달러 정도는 당국이 평양에 체류할 때 머문 호텔 비용, 옷값, 남쪽 가족에게 건넨 선물 값 등으로 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50달러와 선물은 집에 갖고 갈 수 있지만 지방의 노동당 간부나 보안원 등이 “내 덕분에 상봉에 나갈 수 있었다”며 대다수 뜯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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