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은 1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야 3당이 반대하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조속한 통과를 직접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후보자 인준 문제 등 다른 현안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일자리 추경만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 선순환을 이룰 수 없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추경 손 놓고 있으면 정치 직무유기”… ‘일자리’ 44번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업대란과 소득불평등에 대한 정치권의 ‘공동 책임’을 강조해 국회의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호소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9분간의 연설을 모두 일자리 추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준 협조 요청은 없었다. 일자리 추경이 ‘정치적 줄다리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추경안 국회 통과에 배수진을 친 셈이다.
○ “실업대란 방치하면 경제위기”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실업대란을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를 ‘재난’으로 규정해 이번 추경이 ‘국가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추경 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 모른다”며 추경안의 시급한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불평등 정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보다 더 심할지도 모른다”며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 “일자리 해결의 선도적 노력은 국회가 시작” 등 국회의 책임을 부각하며 야당에 추경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지금까지 추경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전례가 없는 만큼 추경안을 둘러싼 국회의 힘겨루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를 44번, 청년을 33번 강조하며 이번 추경안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이어 여성과 노인, 지역 일자리를 우선순위로 꼽고 추경 예산이 지원되는 계층별 일자리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자살방지 문구가 적힌 한강 다리 난간 등 일자리와 관련된 감성적인 사진과 문구를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띄워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시정연설에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안을 설명하기 위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처음이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후 가장 빠른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며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 야당 의원 찾아 악수 청한 문 대통령
이날 시정연설 직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우롱 인사지명 대통령은 철회하라’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타나면서 본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동안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기립은 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 16회의 박수가 나왔다. 시정연설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문 대통령은 퇴장하기 전 의원석 앞줄에 앉아 있는 의원들에게 두루 악수를 건넸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당 의원들이 앉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심재철 국회 부의장, 정우택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비서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 등이 동행했다. 통상 시정연설에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만 동행해왔다. 그만큼 추경 통과를 위한 국회 설득에 절박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마디로 시급한 상황, 친절한 설명, 절박한 호소로 요약될 수 있는 시정연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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