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비행거리 500km 이상 ‘진화’… 南전역 휘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北무인기 성주 사드기지 촬영]2014년 침투 무인기보다 성능 강화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한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는 2014년에 대남 침투한 북한 무인기보다 성능이 한층 진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최종 조사결과 발표 때까지 ‘북한 무인기’로 단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사실상 북한의 도발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 큰 기체에 신형 엔진 장착해 작전반경 증대

이번에 발견된 비행체는 2014년 3월 서해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와 외형이 거의 흡사하지만 기체가 더 커졌고, 신형 트윈(2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더 강한 엔진에 연료도 더 많이 실을 수 있어 체공시간과 비행거리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2014년 3, 4월에 백령도와 경기 파주, 강원 삼척지역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들은 일본과 체코제 싱글(1기통) 엔진을 사용했지만 이번에 발견된 비행체는 트윈 엔진을 장착했다”며 “엔진 제조국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2014년에 발견된 북한 무인기들의 비행거리는 약 150∼300km로 추정됐다. 이번에 발견된 비행체의 비행거리는 최대 500km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270여 km 떨어진 성주의 사드 기지를 촬영한 뒤 북한으로 충분히 복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상 한국의 대부분 지역이 북한 무인기의 정탐 대상이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행체에 장착된 카메라도 달라졌다. 2014년 당시 북한 무인기들이 청와대 경내와 백령도 등을 공중 촬영하는 데 사용한 카메라는 일제 니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였다.

이번에 발견된 비행체는 일제 소니 디지털일안투과식(DSLT) 카메라로 사드 기지를 촬영했다. DSLT는 DSLR보다 크기가 작고, 고속 연속촬영 능력이 우수하다. 군 당국자는 “비행체에서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년 전의 북한 무인기들처럼 정찰 임무를 마친 뒤 기지로 복귀해 메모리 카드의 사진을 확인하는 방식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 유사시 사드 선제타격용 대남 정탐 유력


13일 군 당국이 공개한 비행체의 촬영 사진 등 관련 정황을 볼 때 북한군이 사드 포대에 대한 선제타격용 정찰활동을 벌인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사드 발사대와 탐지 레이더, 교전통제소의 구체적인 배치 상황과 운용병력 규모 등을 파악해 유사시 탄도 및 순항미사일로 최우선적으로 기습타격을 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비행체에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사드 장비들의 정확한 좌표를 확인했을 것”이라며 “개전 초기 사드 포대를 집중 공격해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함으로써 핵·미사일 위협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대당 2000만∼4000만 원 정도의 소형 무인기에 미군의 핵심 전략시설이 고스란히 노출된 데 대한 우려가 많다. 앞으로 정찰위성 같은 첨단 감시전력이 부족한 북한은 고성능 소형 무인기로 그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가 더 노골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
#성주#사드#북한#무인기#국방#인제군#정찰#성능#장착 카메라#니콘dslr#소니dslt#싱글엔진#트윈엔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