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장차관 인사]경기교육청 관련 업체 2곳서 비서실장 정씨 4900만원 받아 기소… “교육감 활동비 부족해 뇌물 챙겨”
김상곤 후보자는 檢조사-재판 안받아… 檢 “직접적 공모 정황 안 드러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68)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 후보자의 경기도교육감 재직 당시 비서실장이 뇌물죄로 처벌받은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비서실장이 받은 뇌물 중 일부가 김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등 공적인 용도로 쓰인 사실을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뇌물을 받는 데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9급 공무원 출신으로 경기도교육청 5급 사무관이 된 정모 씨(47)는 김 후보자가 교육감이던 2012년 7월∼2014년 3월 교육감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2014년 11월 정 씨를 경기도교육청 관련 업체 2곳에서 49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씨는 당시 교육청이 추진하던 도내 학교 옥상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사업자 차모 씨로부터 사업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등 도움을 준 대가로 1814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또 교육청에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던 업체 대표 윤모 씨에게서 계약 연장 등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183만 원을 받았다.
정 씨는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교육감의 비정상적인 특수활동비 지출로 인해 불가피하게 뇌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월 50만 원 수준인데, 김 교육감이 매달 200만 원 이상을 쓰는 바람에 150만 원 이상 적자가 났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부정한 돈을 받게 됐다는 것이었다.
정 씨는 재판부에 “업체로부터 받은 뇌물 중 1300만 원은 김상곤 교육감에게 현금으로 교부됐고 1400만 원은 (경조사의 교육감 명의) 화환 값으로 지출됐다”며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운동권처럼 돈 문제를 감히 교육감에게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여서 비서실장이 알아서 막아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 씨가 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경기도교육감의 업무추진비 등 공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정 씨가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의 업무추진비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1, 2심 법원은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뇌물로 충당하는 행위 자체가 직무의 염결성(廉潔性·청렴하고 결백한 성질)을 해하는 것이어서 용인될 수 없다”며 정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정 씨가 온전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법적으로 선고 가능한 최저 형량인 징역 2년에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했다.
정 씨는 뇌물죄로 2년간 수감생활을 했지만 김 후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나 재판을 받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정 씨가 뇌물을 받는 과정에 (김 후보자가) 직접적으로 공모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소환조사 등을 하지 않았다”며 “정 씨가 ‘업무추진비가 부족하다’고 김 후보자에게 보고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정 씨가 뇌물을 받게 된 점은 당시에도 사실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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