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계 미국인 교수 억류에…“허가받지 않은 친서방적 내용 강의”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16시 42분


지난 4월 평양순안공항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돼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상덕(미국 명 토니 김) 전 평양과학기술대 교수가 허가받지 않은 친서방적인 내용을 강의하다 붙잡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현지 시간) 김 씨가 체포된 4월 22일 순안공항 구금실에서 김 씨와 함께 있었던 캐나다 보안전문가 제임스 리 씨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당시 이동식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김 씨와 대화한 리 씨는 “북한 측은 김 씨가 허가받지 않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5월 3일 평양과기대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출국하다 체포된 김 씨는 북한을 전복하려는 적대적인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기관과 군사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리 씨는 우연히 여행 중 북한 장성 출신 인사를 만나 그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순안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이 김정은 암살을 위해 보낸 간첩 혐의 등으로 공항 구금실에 억류된 뒤 3일간 조사를 받았다. 그는 풀려난 뒤에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평양 시내를 관광하다 27일 북한을 떠났다.

리 씨는 평양에 머무는 동안 동행한 북한인이 북한에서 젊고 예쁜 부인을 얻을 수 있다며 북한을 도우면서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회유하는 듯한 발언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리 씨는 김 씨로부터 평양에는 외국인만 가둬놓는 감옥이 있는데 동료 교수가 그 곳에서 20~30명의 미국인과 캐나다인 그리고 유럽인들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 근무한 미군들이 전역 후 동남아시아에 많이 남아 북한의 납치 및 회유 목표물이 되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리 씨는 말했다.

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3일 혼수상태로 풀려났지만 평양에는 2015년 10월 나진선봉지역 간첩 혐의 등으로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은 김동철 박사와 5월 기차를 타고 중국 단둥(丹東)으로 가려다 평양역에서 체포된 김학송 씨 등 3명의 미국 국적자가 아직 억류돼 있다. 2015년 2월에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도 구금됐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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