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美제품 구매펀드 조성을” 트럼프 청구서 내민 암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6월 말 한미정상회담]
美정부-의회 요구사항 듣고 온 암참… 문재인 대통령에 ‘선물보따리 마련’ 제안

“한미정상, FTA 개선 공동발표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전·현직 회장단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암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11조 원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 펀드를 제안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럭 전 암참 회장, 제임스 김 
암참 회장,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미정상, FTA 개선 공동발표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전·현직 회장단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암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11조 원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 펀드를 제안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럭 전 암참 회장, 제임스 김 암참 회장,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에 11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 조성 등 미국에 줄 ‘선물 보따리’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암참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은 끝에 도출된 내용인 만큼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불만을 달랠 ‘청구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암참 전·현직 회장단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암참에서 ‘한미 양국 간 암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암참은 양국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키기 위해 5가지 내용을 공동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가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및 셰일가스 수입 증대를 위해 노력하며 △향후 10∼12개월 동안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상 식별된 모든 한미 FTA 미이행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은 “암참이 자체적으로 생각한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하면서 ‘이런 조치를 하면 한미관계가 적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이 같은 리스트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라는 개념을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가서 얘기해보니 엄청 좋게 생각하더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추천해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달 15∼18일 진행된 ‘도어노크’(암참 사절단이 매년 워싱턴을 방문하는 주요 연례회의) 방문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사절단은 국무부 국가무역위원회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을 비롯해 백악관, 무역대표부, 재무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50여 차례 회의를 가졌다. 한미 양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사절단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존스 이사장은 “대한 무역 적자가 2배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 이것이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 논의돼야 할 문제점이라는 부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이 나온 것도 한미 FTA에 대한 향후 논의에서 파생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양국의 호혜적인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암참 측 설명이다.

존스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즐겨 하는 만큼, 문 대통령이 회의를 앞두고 트윗에 올라올 법한 내용을 미리 생각해서 준비해 갈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가 무슨 내용으로 트윗을 할지 미리 생각해서 준비해 가야 한다. 트윗 내용에 따라 미국 상·하원과 언론이 회의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 금방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암참은 한미 FTA를 둘러싼 잡음이 FTA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게 아니라, FTA 이행 준수가 미달했거나 한국의 규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규제들이 한미 FTA보다 더 상위법안처럼 인식돼 한미 FTA 협정을 통해 동의됐던 부분이 충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외국 정상들은 경제적 선물 보따리를 건네며 우호적인 관계 구축에 나섰다. 2월 워싱턴으로 날아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자기업 샤프의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 등 총 70억 달러(약 7조8600억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이란과 치열하게 중동 패권을 다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안방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려 1100억 달러(약 123조6000억 원)의 미국 무기 구입을 약속했다.

이샘물 evey@donga.com·황인찬 기자
#한미정상회담#문재인 정부#트럼프#암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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