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한국産등 6개국 부품 사용… 비행거리 3년새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금강군서 발진… 정찰총국 소행 추정
사진 555장 촬영… 엔진 고장나 추락
軍 “생화학무기 탑재해 공격 가능”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공중 촬영한 북한 무인기의 발진 및 복귀 지점이 강원 금강군 일대로 21일 밝혀졌다. 군 당국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무인기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군 조사결과 무인기는 5월 2일 오전 10시경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쪽으로 7km 떨어진 금강군의 북한군 무인기 운용부대 인근에서 이륙한 뒤 MDL을 넘어 성주 사드 기지를 촬영한 후 북상하다 인제군 남면 야산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자는 “엔진 비정상(고장)으로 연료를 과다 소모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남정찰총국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한 무인기는 이륙 후 추락 때까지 2.4km 고도에서 시속 90km로 총 5시간 30여 분 동안 490여 km를 비행하면서 총 555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관계자는 “비행경로에 공군의 저고도탐지레이더들이 있었지만 무인기 크기가 너무 작아 포착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는 한국 H사의 서버구동기(조종모터)를 비롯해 2기통 가솔린엔진(체코제)과 비행조종컴퓨터(캐나다제), 리모트컨트롤(RC) 수신기(일본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미국, 스위스제) 등에 6개국 제품이 사용됐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주요 부품 구성과 조립 형태가 2014년의 ‘백령도 무인기’와 거의 같다”고 말했다. 백령도 무인기처럼 중국제 무인기를 제3국에서 수입한 뒤 개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백령도 무인기보다 연료통과 배터리 용량이 2배가량 늘었고, 날개폭도 40cm가량 커 최대 비행거리가 600km로 추정됐다. 기존 북한 무인기보다 2배가량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는 3kg가량의 폭약을 달고, 최대 300km 떨어진 곳까지 타격할 수 있지만 큰 위력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생화학무기를 실어 후방지역까지 충분히 날려 보낼 수 있고, 특히 북한은 탄저균을 공중 살포할 수 있도록 무기화하는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번 사태를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 위반으로 규정하고, 유엔군사령부에 관련 조사를 요청해 그 결과에 따라 대북 항의 등 대응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무인기#사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