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촛불 특혜’의 대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장외집회 규모를 늘리고 수위를 높이면서 압박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만원공동행동’과 ‘6·30 사회적 총파업’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상진 민노총 부위원장은 “촛불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며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등이) 촛불 혁명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파업에 동참하는 노동자연대학생그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촛불 특혜로 당선됐다”며 “노동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 노숙 집회 후 도로 행진
01:10 광장서 웃통 벗고
21일 새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은 거대한 ‘술판’으로 바뀌었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동조합원 2000여 명은 ‘건설현장 안전보장’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와 행진을 마치고 청계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은색 돗자리를 깔고 노숙 투쟁에 돌입했다.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맥주와 소주 막걸리 잔이 오갔다.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곳곳에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술에 취해 얼굴이 벌건 노조원끼리 서로 욕하며 드잡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이동식 화장실을 마련했지만 일부는 청계광장 주변 곳곳에서 노상방뇨를 했다. 한 커피전문점 앞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건물마다 노조원과 경비원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중국인 관광객 마모 씨(27·여)는 “갑자기 길에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오전 1시경 비가 내리고 나서야 술판이 잦아들었다.
오전 8시 반경 8000여 명으로 늘어난 노조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모여 행진을 시작했다. 출근시간대 3개 차로를 이용해 세종대로 사거리와 종각 내자동 사거리를 거쳐 세종로공원으로 2.8km를 2시간가량 걷는 통에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건설노조원들은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서울시 교통을 마비시키겠다. 책임은 너희(대우건설)가 질 것이다”라고 외쳤다.
참다 못한 일부 시민은 항의하기도 했다. 한 50대 여성은 노조원들을 향해 “종로1가에서 내려 20분 넘게 걸어왔다. 왜 출근시간에 집회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버스에 탄 일부 시민은 창문을 열고 소리치고 운전자들은 차량 경적을 울렸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사과는커녕 “우…” 하고 야유를 하거나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흔들었다.
○ ‘촛불 대가’ 요구하며 거세지는 집회
06:30 대자로 드러눕고
앞으로 ‘촛불 민심 계승’을 주장하는 집회가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집회 방식과 강도는 갈수록 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24일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과 함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연다. 참가 규모는 약 6000명이다. 전국행동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1700만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이룩한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 1700만 촛불은 사드 한국 배치를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한 미국대사관까지 행진해 대사관을 에워싸는 띠잇기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일단 경찰은 제한 통고를 했지만 주최 측은 즉각 행정금지 통고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과는 22일 오후에 내려진다. 24일에는 철도노조의 상경 집회도 열린다. 30일에는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옥중서신을 통해 ‘칭기즈칸의 속도전’을 강조한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노동계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불법 집회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도심에서 이례적으로 출근길 도로 행진이 이뤄진 것을 들어 경찰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살수차와 차벽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지만 대규모 행진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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