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자문위 “사법평의회 신설해 법원 인사 맡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23시 08분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사건으로 촉발된 사법부 개혁 논의가 정치권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부 인사권과 사법행정권을 견제할 새로운 헌법기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사법부 분과는 26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이 신뢰하는 사법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법관 인사 등 사법부 행정기능을 별도의 헌법기구인 ‘사법평의회’에 부여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자문위 소속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평의회는 사법부와 정치기관을 매개하는 기구로서 법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법부 독립이라는 두 가치를 균형 있게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사법평의회를 국회가 선출하는 8명과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 법관들이 선거로 뽑은 6명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하자”고 말했다. 사법평의회가 선출된 권력에 의한 사법부 통제라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법관들이 뽑은 대표 비율을 절반 이하인 6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희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은 “사법평의회는 오히려 법원의 독립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넘어 사법의 정치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평의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정치권(국회, 대통령)이 선출 또는 지명하면 법관들이 사법평의회의 인사권을 의식해 자칫 여론에 경도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호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59)도 “사법평의회를 통해 국회가 법관 인사 등에 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정치권의 사법부 개혁 논의는 최근 부쩍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1일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이용구(53), 유지원 변호사(43)를 초청해 법원행정처 개혁방안 세미나를 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김형연 전 부장판사(51)를 대통령법무비서관으로 발탁한 것도 사법부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려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정치권발 사법부 개혁 움직임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러다가 사법부가 국회 산하기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관 인사가 영향을 받으면 제대로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또 다른 판사는 “앞으로는 판사들이 정치인들 만나서 ‘인사 운동’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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