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고 말했다. 국제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한 문 대통령이 미국을 향한 첫 메시지로 한미가 단순 동맹을 넘어선 ‘혈맹(血盟)’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미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첫 공식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국립해병대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한 뒤 “한미 동맹은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 용사들의 투혼 덕에 흥남철수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오른 피란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고 소개한 뒤 “한미 동맹은 저의 삶처럼 양국 국민의 삶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가겠다. 한미 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북한이 최소한 추가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는 약속해 줘야 핵 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 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시했던 ‘선(先) 핵 동결, 후(後) 핵 폐기’의 2단계 로드맵을 구체화한 것이다. 30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에 동의할지가 이번 회담의 관건이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안보 현안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경제 분야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균형 상태인) 무역 문제를 한국과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장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전파된 민주주의가 ‘촛불혁명’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을 언급하고,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 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비판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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