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8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사진)이 문 대통령의 대중특사였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비밀리에 만나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2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비공개로 왕 부장을 면담했다. 지난달 19일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지 1개월여 만에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비정부포럼 참석차 방중한 길이었다.
왕 부장은 면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돼서는 안 된다며 사드가 미국 MD의 일환이라는 인식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인 이 전 총리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중국의 입장은 사드 연기가 아니라 우선 중단한 뒤 완전히 철회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하며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 외교 당국자는 기자와 만나 “한중 간에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본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에 사드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자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라”며 불만을 전한 것이다.
다음 달 초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가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사드 철회를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회담 장소는 함부르크가 아닌 G20 회의 직전 양국 정상이 머무는 베를린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문제와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등 한중 간 현안이 산적한 만큼 G20 정상회의 때 잠깐 만나기보다는 아예 별도로 정식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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