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기 내각… ‘C·O·D·E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일 03시 00분


[토요판 커버스토리]문재인 정부 1기 내각 ‘CODE 인사’라는데…
“주류 세력 바꾸자” 캠프-非고시-민주당-균형 4박자 인선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들(Camp), 비(非)고시·비(非)주류 인사들(Outsider),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현직 의원들(Democrat)의 중용. 그리고 지역 및 출신 학교의 균형(Equality).

문재인 대통령의 1기 내각은 ‘C·O·D·E(코드)’로 요약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도를 제외한 내각 구성원들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선 캠프, 민주당 등에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본 인사들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이 주요 국정 과제를 이해하고,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데 인선의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6명의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 가운데 행정고시 출신은 단 세 명만 포진시켰다. 사법시험 출신이 맡아온 법무부 장관까지도 비(非)사법시험 출신의 박상기 후보자를 지명하는 강수를 뒀다. “외부 인사들의 전진 배치로 공직 사회의 개혁을 강조하겠다”는 의중이 깔린 인사다. 그러면서도 차관은 고시 출신들을 대거 발탁해 ‘개혁’과 ‘안정’의 조화를 꾀했다.

문 대통령이 방미 출국 전 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이제 장관 인사가 남은 곳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등 두 곳뿐이다. 장관 외에는 방송통신위원장, 금융위원장, 검찰총장 등 주요 포스트 인선이 남아 있다. 청와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후속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장관 임명-후보자 16명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발표한 장관급 인선을 분석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의 전면 배치가 가장 두드러진다. 여기에 공무원 사회의 주류인 고시 출신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이는 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이 갖고 있었던 “주류 세력의 교체”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여성 입각 비율은 현재까지 25%다. 16명의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 중 여성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이다. 이 비율은 남아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인선에 따라 더 높아질 수도 있다.

Camp=대선 캠프 출신 대거 발탁

5·9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서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인사들은 속속 내각에 합류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공동선대위원장을,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는 디지털소통위원장을 각각 지냈다. 유 후보자는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외부 인사다. 재선 의원 출신의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전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고, 대선 캠프에서는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 브레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 조직인 ‘담쟁이 포럼’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조 후보자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작업을 주도했다. 문 대통령의 고용·노동 정책을 총괄한 조 후보자와 교육 정책을 총괄한 김상곤 후보자는 대선 전부터 ‘입각 0순위’로 꼽힌 인사들이다. 문 대통령이 캠프 출신 인사들을 등용한 것은 함께 호흡을 맞춰본 경험을 토대로 부처와 청와대의 간극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후속 장관 인선에서도 캠프 출신의 발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민주당 김용익 전 의원, 김연명 중앙대 교수, 박능후 경기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대선 캠프에서 문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가다듬은 인사들이다.

Outsider=비(非)주류, 비(非)고시 전면에

지난해 6월, 본격적인 대선 준비를 앞두고 문 대통령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질문에 “주류를 바꾸고 싶다”고 답했다. 그 뜻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인선에서도 강하게 반영됐다.

16명의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 가운데 고시 출신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영록 후보자(이상 행정고시) 등 3명뿐이다. 관가에서는 “국무총리, 장관 중 사법시험 출신이 1명도 없는 내각은 처음”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18명 중 10명이 고시 출신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청와대 수석급 이상까지 범위를 확대해도 외무고시 출신은 2명(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뿐이다. 사법시험 출신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주류 교체’ 의지는 강 장관 지명 때부터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외무고시 출신들이 장악한 외교부의 수장에 비(非)외무고시 출신의 여성을 임명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사법시험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법무부의 수장 역시 법학자 출신의 박상기 후보자를 지명했다. 박 후보자가 취임하면 1950년 김준연 장관 이후 67년 만에 첫 비(非)사법시험 출신의 법무부 장관이 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군의 주류인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장관 후보자 상당수는 부처 경험이 없는 인사들이다. 해당 부처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인사는 김동연 부총리, 강경화 장관, 조명균 후보자, 송영무 후보자, 김영록 후보자 등 5명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직접 부처에서 근무하지 않아도 교수, 정치인 등 각자의 영역에서 해당 부처 업무와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라며 “외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공무원 사회를 개혁해 달라는 대통령의 뜻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Democrat=민주당 출신 대거 입각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새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실제로 내각 구성에도 민주당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시작은 민주당 소속 전남도지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를 새 정부 첫 총리로 발탁한 것이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4명의 현역 의원을 지명했다. 이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현역 불패’ 기조를 이어가며 큰 잡음 없이 장관 임명장을 받았다.

눈에 띄는 점은 현역 의원 출신 중 50대가 많다는 점이다. 16명의 내각 구성원 가운데 50대는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장관과 조대엽 후보자 등 4명뿐이다. 이 중 3명이 현역 의원 출신이다. 이는 다양한 당내 인사들에게 국정 운영 경험의 기회를 쌓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 시대를 여는 첫 차가 되겠다”며 민주당이 정권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0대 현역 의원 출신 장관들은 앞으로 광역자치단체장, 당 대표 등 다양한 자리를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당의 미래 대선 후보감을 육성하겠다는 기조가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도 민주당 소속 전직 의원들이 대거 입성했다. 전직 의원 출신 청와대 인사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문미옥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 등 9명에 달한다.

Equality=지역·대학 안배 심혈

내각 구성원 16명의 고향과 출신 대학은 고르게 분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3명, 영남 5명, 호남 5명, 충청 3명이다. 청와대는 “지역 균등 인사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출신 학교 역시 서울대 4명, 연세대 3명, 고려대 3명, 성균관대·부산대·충북대·건국대·해사 각 1명으로 특정 학교에 쏠리지는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광주일고 출신들의 약진이다. 김상곤 후보자(43회), 이낙연 총리(45회), 김영록 후보자(48회)는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여성 장관 중에는 강경화 장관(73학번)과 김현미 장관(81학번)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동문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 정부#내각#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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