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FTA 재협상” 공식 제기
“美노동자들에 득 되는 협정 원해”… ‘재검토’보다 더 나간 ‘재협상’ 표현
정부, 상황별 대응방안 검토 속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미 FTA가 협상 발효 5년 만에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 직전 모두 발언에서 “양국은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협상에서 재협상(renegotiation)은 협정 전반을 손질하는 의미에 가깝다. 전날 열린 문재인 대통령 부부 환영만찬 직후 트위터에서 ‘새로운 무역협정(new trade deal)’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평소 한미 FTA를 재앙으로 표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양국 정상회담 직후 공동 회견에서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것을 계속 허용할 수 없다”며 대미 무역 격차에 대해서 공식 문제를 제기했다. 2011년 미국의 대한(對韓) 적자는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3억 달러로 늘었다.
그는 자동차 시장의 추가 개방과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덤핑 수출되는 중국산 철강 원산지 표시를 두고 재협상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고 있는 것처럼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미국 기업도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팔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측에 중국산 철강을 덤핑 수출하지 말라고 촉구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동 회견에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아 양국 정상이 재협상에 합의했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명확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상 그의 초강경 발언은 한미 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미 FTA의 틀 자체를 뒤흔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한미 FTA로 미국이 얻는 이점도 있기 때문에 폐기한다고 하면 미국에서도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결과를 주시하면서 미국의 불만을 해결해 주고 우리가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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