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한밤중에도, 이른 새벽에도 흙먼지 자욱하고 아슬아슬한 시험발사 현장을 스스럼없이 찾고 찾으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화성-14형’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김정은의 발사 전후 행보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시험발사를 앞두고 며칠간 로켓 총조립 전투현장을 계속 찾아 발사 준비과정을 직접 지도했다고 한다. 특히 발사 당일엔 이른 새벽부터 발사장에 왔다는 것. 김정은이 화성-14형을 보면서 “미남자처럼 듬직하니 잘생겼고, 정말 잘 만들었다”며 만족해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이 발사에 앞서 수시로 발사장을 찾았던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일정(6월 28일∼7월 2일)과 일부 겹쳤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때 김정은은 평안북도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두문불출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공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통신은 김정은이 화성-14형 발사의 성공 여부에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웠는지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김정은이 감시소에서 동행한 일군들(과학자 등)과 함께 영상표시장치에 현시되는 대륙간탄도로켓의 비행상태를 구체적으로 지켜봤으며, 발사에 성공하자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넓은 품에 꼭 껴안아줬고” 기념사진도 찍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은 “우리의 전략적 선택을 눈여겨보았을 미국놈들이 매우 불쾌해했을 것”이라며 “독립절(독립기념일)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고 했다.
통신만 보더라도 김정은이 이번 발사 성공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시험으로 자신의 생명줄을 틀어쥐게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콧 브레이 미국 국가정보국 동아시아 담당관은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몰락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은 향후 도발의 빈도를 늘리고 수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대외 활동을 전하는 노동신문의 ‘혁명활동보도’(5일 기준)란을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정은의 대외 활동은 총 13건이다. 이 가운데 미사일 발사 참관과 군 격려 등 군사 관련 활동이 절반이 넘는 7건에 달한다. 특히 미사일 발사 현장에는 빠짐없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면 김정은은 발언권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른 도발을 선택할 수 있다.
북한은 화성-14형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노동신문은 5일 1∼5면에 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소식을 채웠고, 김정은의 미사일 참관 모습과 환호하는 주민의 모습을 담은 사진 56장을 게재했다.
조선중앙TV도 “각 계층의 근로자들과 청년 학생들이 경축의 춤 바다를 펼쳤다”고 전했다. 이런 들뜬 분위기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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