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대 탄두 중량이 1t에 이른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은 화성-14형의 비행 속도와 궤도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1t가량의 탄두를 싣고 최대 8000km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화성-14형이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보유한 ICBM의 탄두 탑재량(500kg 안팎)을 넘어서는 수준의 기술적 진보를 이뤘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평가가 확정될 경우 북한은 현 수준(1t 안팎 추정)의 핵탄두로도 하와이와 미 서부 일부 도시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갖게 된다.
일부 전문가는 이미 미 서부 주요 지역이 북한의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판단한다.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초기 분석 결과만 놓고 볼 때 화성-14형의 사거리가 6200마일(약 1만 km)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사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이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북한이 탄두를 500kg으로 줄이면 화성-14형의 사정권(약 1만2000km)에 워싱턴과 뉴욕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탄두가 가벼울수록 사거리는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조만간 화성-14형에 장착할 핵탄두의 실물 모형을 공개해 대미 핵 타격 위협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화성-14형이 ICBM급 신형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국회 보고자료에서 ICBM의 판단 기준으로 ‘사거리 5500km 이상, 최대 속도가 음속의 21배 이상’이라고 적시했다. 화성-14형이 이 기준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또 화성-14형은 북한이 5월에 발사한 화성-12형(KN-17)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2단 추진체로 개량한 것으로 군은 잠정 평가했다.
하지만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아닌 고정식 발사대(연구개발 단계의 임시 발사 방식)에서 쐈고,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재진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화성-14형 발사를 ICBM의 개발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군은 설명했다.
북한의 ICBM 보유가 공식화되면서 핵개발 능력도 재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핵 소형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올해 발간된 ‘국방백서 2016’에 따르면 북한은 최소 8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약 50kg)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300∼400kg으로 추정되는 고농축우라늄(HEU)까지 포함하면 북한은 현재 10∼20기가량의 핵탄두를 제작 배치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매년 6, 7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확보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8년경에는 40여 기, 2020년대 초까지는 최소 100기의 핵탄두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을 장착한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로 좁게는 한반도, 넓게는 미 본토를 겨누는 상황이 몇 년 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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