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확도 갖추려면 시간 더 필요”… 美-日서 한국의 ‘규정’ 받아들인듯
일각 “北미사일 과소평가땐 대응 느슨”
한미일 3국은 7일(현지 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발사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공식적으로 ICBM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급 사거리를 보였지만 정확도 등을 갖추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ICBM으로 규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규정은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이 미사일을 ICBM으로 결론 내렸다. 반면 우리 군 당국은 최고 속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 데다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열과 압력을 견딜 수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ICBM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실험 이후 이미 상당수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아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대화 의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선 이미 북한의 ICBM에 맞서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ICBM 완성은 ‘레드라인(금지선)’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ICBM으로 규정되는 순간 선제타격 등 미국 내 강경 여론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북한 미사일의 급(級)을 한 단계 낮춰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번 셈이다.
일각에선 기술적 완성도를 이유로 북한의 미사일 역량을 과소평가하면 대응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확도와 핵탄두 탑재 가능 여부는 미지수지만 지금 속도로는 안심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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