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ICBM 공격 능력 갖추면… 美전략무기 한반도 못올걸로 생각
美 ‘확장억제’ 무너지면 세계 혼란… 되레 北에 고강도 군사압박 가능성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유사시 핵우산을 비롯한 모든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수단과 능력을 발휘해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미 본토 핵도발로 간주해 대응하는 개념이다. 확장억제 수단에는 다량의 핵과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전략폭격기와 잠수함, 핵추진 항모전단, 스텔스 전투기, 미사일방어체계(MD) 등이 포함된다.
확장억제 개념은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쳐 지금까지 미국의 동맹 전략과 세계 핵비확산 질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돼 왔다. 러시아와 중국 등 ‘핵클럽국’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사실상의(de facto) 핵보유국’들도 이 기조를 수용하고, 미국의 핵패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미국의 확장억제는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불량국가(Rogue State)’가 미 본토를 핵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갖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북한이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면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가 무력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자국민들이 ‘핵인질’로 잡힌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대북 핵공격을 실행에 옮길 확률이 ‘제로(0)’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 본토에 한 발의 핵탄두를 떨어뜨릴 능력만 갖춰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얘기다.
만약 북한이 대남 핵공격과 동시에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 본토를 조준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한 확장억제 조치를 주저하거나 포기할 경우 미국의 ‘핵패권’은 무너지게 된다. 이어서 주요 동맹국들이 대미관계를 재검토하고, 독자 핵무장에 나서면서 세계 비확산 기조는 통제 불능의 붕괴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 북한의 핵·ICBM 위협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자국과 동맹국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강력한 행동’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의 핵심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증강 배치하고, 첨단 재래식 전력들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는 고강도 처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의 ICBM 도발에 맞서 미국의 B-1B 초음속 전략전폭기의 한반도 출격이 지연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기상여건이 그 이유로 알려졌지만 다른 전략무기의 배치 검토 등 기존과 다른 방식의 대북 무력시위를 준비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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