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3시 00분


회장 자택공사에 회삿돈 쓴 정황… 시공업체 대표 횡령 수사중 드러나

경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8)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삿돈이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7일 대한항공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하늘길 대한항공 본사와 칼호텔네트워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공사 관련 자료와 세무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3년 5월∼2014년 8월 조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 공사비를 전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고 있다. 그룹 회장의 집을 꾸미는 공사에 회사 공금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대한항공이 조 회장 자택 공사와 호텔 신축 공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호텔 공사비 중 최소 10억 원이 조 회장 자택 공사비로 쓰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은 지하 3층, 지상 2층으로 연면적은 1403.7m²(약 420평)에 이른다. 올 1월 기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산정한 개별주택가격은 33억6000만 원이다. 공사가 한창이던 2013년 말에는 ‘공사비와 땅값을 합치면 100억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경찰은 대기업 회장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주로 맡아 하던 K사 대표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K사 대표 J 씨는 5월 경찰 조사에서 “대한항공 측이 먼저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비용을 영종도 호텔 공사 대금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 분석을 마친 뒤 공사비 지출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자체적으로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대한항공#압수수색#회삿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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