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다.
문 대통령의 이 언급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나드는 현 상황이 전후(前後)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4일 발사한 ICBM급 미사일은 미국의 ‘마지노선’이었던 미 본토 타격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에게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라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도 사정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로부터 턱밑까지 위협당한 미국은 무력시위 수준을 높이고 있다. 8일 처음으로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가 대북 실폭격 훈련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미국의 무력시위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미국 측에 먼저 제안했다. “최고의 위기”라는 문 대통령의 설명은 결국 최근 북한과 한미가 힘과 힘의 대결을 벌이는 양상을 둔 것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강조한 것은 다른 측면으로 보면 치닫고 있는 긴장 고조가 곧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위기는 기회라고 하듯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제재와 압박을 높여가는 동시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작은 군사적 움직임이라 할지라도 큰 파국을 불러온다는 점을 북핵 당사국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무력 충돌의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인 지금이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또 한미일 정상들이 군사적 행동 카드는 쓰지 않겠다고 합의한 것도 위기 속 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국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옵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은 대화로 나오기 직전에 최대 수준의 도발을 해 왔다”며 “ICBM급 발사까지 감행한 것은 곧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한미가 경쟁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서는 것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 ‘계체량 경쟁’에서 이겨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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