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4강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후 열린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각 만났지만 ‘미일 vs 중러’의 선명한 대결구도만 드러냈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G20 회의 기간 중 북핵과 관련해 가장 주목을 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8일 회담은 ‘역시나’에 그쳤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중국의 대북 압박을 촉구했지만, 시 주석은 ICBM 도발에도 수년 전부터 주장해온 대북 대화론을 반복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뒤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6일 회담에서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북한의 ICBM 도발에도 북-중 혈맹은 변함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 후 “나와 시 주석이 원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며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7일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을 중국에 전달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엔 주변에선 초안에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국외 송출에 대한 의무적 금지나 제한 관련 조항이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일 정상은 8일 별도 회담을 갖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북한의 위협과 불법 행위에는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하는 데 공동노력을 배가하기로 했다”는 데 합의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도 북핵 해법은 평행선을 달렸다. 7일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 배석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 간 분명히 긍정적인 케미스트리(chemistry·궁합)가 있었다”면서도 북핵과 관련해선 “러시아는 우리가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며 이견이 있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과 엇비슷한 트럼프라는 ‘마초 리더’와의 인간적 궁합과는 별개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세력 확대를 막기 위해 북한을 계속 끌어안겠다는 게 푸틴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는 토론을 계속하고 우리는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과 경제 행위를 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평화적 압박’ 작전을 하고 있지만 이게 실패하면 우리에게 좋은 옵션이 많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시 회담에 배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두 정상 간 (북핵 등에 대해) 아주 길고 구체적인 대화가 있었다. 두 대통령이 모두 각국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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