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 문재인 대통령 만남 추진
재계 “산업 생태계 변화시킬 필요”… 정부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메시지
靑 “논의할 주제부터 정해져야”… 민간 일자리 등 재계 협조 구할듯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보도된 사진 한 장에 재계에서는 잔뜩 고무된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경제인들과 만나 환담을 나누던 중 농담을 하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 한 장면이 대통령과 대기업이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계가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 만남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대내외적 위협요인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은 민관이 힘을 합쳐야 넘을 수 있는 파고다. 정부로서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핵심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우선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조심스럽게 발을 맞추는 메시지부터 보냈다. 11일 대한상의가 주재한 15대 기업 조찬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이 논의됐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대기업이나 중견·중소기업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체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참석한 기업인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그동안 대기업이 잘못한 부분은 반성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청와대도 대기업과의 소통에 나설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을 실현하려면 기업이라는 파트너의 의견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동아 고용어젠다 포럼’에서 “자율 규제 원칙,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반영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전히 혁파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일단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 간담회가 정·재계 소통 확대의 신호탄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이 지난 2003년 6월 1일에서야 대기업 총수들과 ‘삼계탕 회동’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을 때 기업들은 정부와 사사건건 부딪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다소 출발이 늦긴 했지만 소통이 이뤄진 뒤에는 어느 정부보다 친기업 정책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재계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려면 뚜렷한 명분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에서도 “목적이나 함께 논의할 주제가 명확하게 정해져야 기업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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