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FTA 개정 공식요구]“美적자 주장 따져본후 개정 협의”
靑 “한국 동의 없으면 결정 못내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공동위원회 특별세션을 열자고 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공동 조사를 먼저 진행하자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개정 논의를 시작할지 여부부터 양국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13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동위를 열더라도 한국이 개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개정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한미 FTA를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먼저 한미 FTA의 효과를 공동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적한 자동차, 철강 등의 적자가 실제로 한미 FTA의 영향인지 먼저 따져본 뒤 개정 여부를 합의하자는 것이다.
당장 양국은 무역적자 부분을 두고 생각이 다르다. USTR는 서한에서 “협정 발효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2배로 늘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2011∼2016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증가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對)한 무역적자가 2015년 283억 달러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고 서비스 부문에선 미국이 꾸준히 흑자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품목으로 꼽은 자동차에 대해서도 인식 차가 뚜렷하다. 한국 정부는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늘어난 것은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2016년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없어졌는데 그 이후 한국의 수출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분으로는 환경 규제(배기가스 등)를 비롯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꼽힌다.
일단 청와대는 공동위원회 특별세션 연기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 국가가 공동위원회 소집을 요청하면 상대국은 30일 이내 응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통상라인이 갖춰질 때까지 공동위원회를 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국이 개정 협상 시작에 합의를 하더라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국내에서 먼저 통상절차법에 따라 밟아야 할 절차가 많다.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고 공청회도 개최해야 한다. 이후 정부가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하면 국회에 보고한 뒤 개정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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