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발견한 300여 건의 자료 중 14일 공개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작성자를 알 수 없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관련 메모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과 관련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작고)의 자필 메모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다룬 것으로 보이는 문건 제목 등이다.
청와대는 전격적인 자료 공개에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소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에 청와대가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콕 집어 공개한 문건의 내용은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국민연금공단 관련 메모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는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맞물려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행사 의지’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내용들이다.
김 전 수석의 자필 메모에는 ‘김혜경 혐의 관련 신병 방침은 대외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선처 가능’ ‘대리기사-남부 고발-철저 수사 지휘 다그치도록’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혜경’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로 추정된다. ‘대리기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한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수사 지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이 검찰의 개별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청와대는 또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의 문건 제목도 공개했다.
○ 어떻게 발견했고, 왜 공개했나
결국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문건들은 박 전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최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것들이다. 유무죄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에서 ‘새로운 증거’처럼 제시된 셈이다. 일각에선 구속을 피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발견된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냈다.
청와대는 정치적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수석실 인원이 늘어나면서 3일 사무 집기를 재배치했고, 이 과정에서 잠겨 있던 캐비닛을 열자 자료가 나왔다”며 “내부 법률 검토가 끝나자마자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방문 등으로 발견부터 발표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특히 이날 오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오늘)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개 시점과 적절성을 두고 “(시기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했겠느냐”며 “메모는 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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