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중국의 대(對)북한 휴대전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2월 이후 북한 석탄 수입 중단을 공언하면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듯했으나 실제로는 휴대전화 가전 섬유 식료품 등 대북 소비재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16일 한국무역협회가 확보한 중국 해관총서(세관)의 북-중 무역 품목 세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국 휴대전화의 1∼5월 대북 수출액은 5000만 달러(약 566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4.5% 증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3월 이후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1.1%(4월), 58.1%(5월)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해 1월 캐나다 업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약 377만 명. 북한 인구 2400만 명(추정) 중 16%가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는 올해도 북한의 휴대전화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에 범람하는 중국 휴대전화는 김정은 체제에 독이 될까, 약이 될까. 휴대전화 사용자들 중에 당정군 및 국영 경제기관 관계자가 많다는 점에서 체제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도 휴대전화가 확산되고 있어 외부 정보 유통이 빨라질 것이란 점에서는 체제 유지에 위협 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가전제품, 가구, 오토바이, 승용차 등 의식주가 해결된 뒤 수요가 생기는 상품들의 대북 수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의류, 식료품, 쌀, 비료 수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연간 1∼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한 뒤에도 중국의 대북 수출이 급격히 늘었다. 중국이 대북 압박 수단을 ‘풀가동’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은 정상적인 대북 수출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한 달 뒤인 3월 중국은 콩기름 밀가루 설탕 등 주요 식료품의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북 수출을 막아버린 전례가 있다. 당시 제재 시작 3일 만에 평양에서 해당 식료품 물가가 3배로 치솟는 등 제재 효과가 단숨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콩기름도 4월 51.5%, 5월 173%로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과 위법 거래를 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중국 무역회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법원에서 수사 허가를 받아 이 회사와 관련된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금융 제재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7억 달러(약 7910억 원) 규모의 북한의 군 장비, 무기 개발 관련 물품 구입에 관여하고 있다. 이 회사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되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훙샹(鴻祥)그룹과 단둥은행에 이은 것으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실행을 앞당기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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