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널린 금지 사치품, 싱가포르가 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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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K뉴스 “싱가포르 무역업체, 평양에 명품매장 운영… 보석-양주 등 유엔이 수출 금지한 품목 팔아 제재 구멍”
노동당 39호실과 결탁 의혹… ‘제2 훙샹그룹’ 될 가능성

샤넬 화장품, 에네시 코냑, 몽블랑 시계…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1718호로 대북 
사치품 수출 금지가 결정됐지만 평양의 호화 상점엔 각종 명품이 넘쳐나고 있다. 샤넬 구치 랑콤 세이코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가득한 평양 모란봉구역 북새상점은 마치 해외공항 면세점을 방불케 한다(왼쪽 사진). 북새상점은 1병에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조니워커 블루라벨'과 프랑스산 코냑 ‘에네시 XO’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고가 술도 판매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보통강 류경상점 진열대에 한국에서 300만∼400만 원대에 팔리는 몽블랑 시계가 가격과 함께 전시돼 있다. NK뉴스 제공
샤넬 화장품, 에네시 코냑, 몽블랑 시계…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1718호로 대북 사치품 수출 금지가 결정됐지만 평양의 호화 상점엔 각종 명품이 넘쳐나고 있다. 샤넬 구치 랑콤 세이코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가득한 평양 모란봉구역 북새상점은 마치 해외공항 면세점을 방불케 한다(왼쪽 사진). 북새상점은 1병에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조니워커 블루라벨'과 프랑스산 코냑 ‘에네시 XO’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고가 술도 판매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보통강 류경상점 진열대에 한국에서 300만∼400만 원대에 팔리는 몽블랑 시계가 가격과 함께 전시돼 있다. NK뉴스 제공

싱가포르의 한 무역회사가 북한 노동당의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유엔이 대북 금수조치를 내린 사치품을 북한에서 판매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훙샹(鴻祥)그룹이 지난해 북한에 전략 금수 물자를 수출하다가 적발된 것처럼 유엔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불법 거래가 드러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프로’는 17일 보고서에서 싱가포르의 무역업체 A사가 평양 시내 고급 매장에서 서양 고급 브랜드 술과 화장품, 가방 등을 판매해 온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탈북한 39호실 관리와 서방의 평양 주재 외교관의 증언, 위성사진 자료 및 공개된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 등을 토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1718호(2006년 첫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 금지)에서 금지하는 품목이 싱가포르를 통해 북한에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북한도 대북 제재로 사치생활을 하지 못한 부유층의 불만을 달래는 동시에 개인의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사치품 판매를 장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 방송도 17일 NK프로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과 싱가포르의 비밀 커넥션을 보도했다. 방송은 “모두가 북한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 관심을 가질 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러시아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무역 통로도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A사가 평양에서 운영하는 명품 상점은 두 곳이라며 모란봉구역의 ‘북새상점’과 류경호텔 부근의 ‘보통강 류경상점’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외제 명품 가방과 화장품, 보석, 주류 등이 즐비한 여러 장의 상점 내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사진 속 상품들이 금수 품목에 해당되거나 유엔 제재 대상 기관인 39호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에 A사는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으로 ‘제2의 훙샹그룹’이 돼 자산동결 및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유엔 대북 전문가패널의 전 위원인 윌리엄 뉴컴 씨가 말했다. 39호실은 2016년 3월에는 제재 대상 기관으로도 지정됐다.

동시에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허점이 크다는 논쟁도 이어질 수 있다. NK프로 취재팀이 가족기업인 A사 대표의 딸로 지목한 B 씨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A사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결혼 및 케이터링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주성하·조은아 기자
#싱가포르#사치품#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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