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北 비핵화 합의’ 시한 제시… 임기내 해결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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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외교·안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를 목표로 잡고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비핵화 합의의 목표 시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신(新)냉전 기류 속에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북핵 협상의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를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과속 우려를 감안해 ‘조속한 전환’으로 한발 물러섰다.

○ 격론 끝에 나온 2020년 비핵화 합의 목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 도출 시점을 2020년으로 잡았다. 올해 안에 포괄적인 비핵화 협상 방안을 포함한 로드맵을 완성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란 구상도 밝혔다.

2020년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협상의 ‘입구’인 핵 동결을 완료하고 핵 폐기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시점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 북핵 협상 구상을 밝히며 핵 동결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로 제시했다.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못 박는 것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목표 시점을 공개하기로 결정할 것은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목표 시점 제시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합의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현실적으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속내를 내비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3년 안에는 핵 동결 절차를 밟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조급하다는 걸 북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 절충된 전작권 전환 목표


국정기획위는 국방개혁 분야에선 대통령 직속으로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방개혁 2.0’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내놨던 ‘국방개혁 2020’을 업그레이드해 국방부 문민화와 육군 중심의 군 구조 개편 등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한미 정상 간 합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체제 구축 시기를 고려해 ‘조속한 전환’으로 수정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정기획위의 보고를 받고 이를 직접 고쳤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위원인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전작권 전환의 시기를 못 박지 않되 전제조건에 얽매여 한없이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 있다”며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빨리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구비를 전작권 전환의 ‘주요 조건’으로 설정했다.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조건에 따른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것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전작권을 조속히 전환하겠다는 배경에는 국방부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빨리 갖추라는 압박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 병력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

한편 100대 국정과제에는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한편 이와 연계해 병사 복무 기간을 현재 21개월(육군 기준)에서 18개월로 줄이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 과제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내용들이다. 하지만 병력 자원 확보의 어려움과 부사관·여군 증원에 따른 예산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정부#비핵화 합의#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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