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로폰테 前 美국가정보국장 강연
대화는 보상 아닌 문제해결 수단… 中역할에 너무 의지하는 건 잘못
“잘 조율된 압박을 가하되, 한미 양국 모두 (북한과) 양자회담을 피해서는 안 된다.”
존 네그로폰테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1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강연에서 “외교는 (북핵 문제 해결의)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며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보상’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의한 한국 정부의 행보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상당한 군사적 행동을 취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군사적) 오판을 바라지 않는다”며 이번에 제의된 군사회담을 “원치 않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유지하는 ‘핫라인’ 구축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제 조건이 필요한 심도 있는 수준의 협상이나 대화와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초대 DNI와 국무부 부장관 등 요직을 거친 그는 공직 시절 경험에 비춰볼 때 ‘중국역할론’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7, 8년 전 다이빙궈(戴秉國·당시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와 만나면 항상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는데 이 입장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큰 관심을 쏟는 러시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직생활을 돌이켜 볼 때 북핵 문제 대응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역사에 만약을 떠올리는 것은 재밌지만 그때 상황에 맞춰 대응하고 그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편 “부시 전 대통령이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핵 문제만 해결된다면 북한과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바란다는 뜻을 북한에 전해 달라’고 진심 어린 당부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관계정상화의 (이득을) 도무지 상상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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