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인건비 부담에… 기업들 더 못버티고 脫한국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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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 광주공장 절반 베트남 이전


“최저임금에 따른 위기감은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김준 경방 회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 이전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경영여건에서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오르면 경방뿐 아니라 다른 방직업체들 역시 공장 폐쇄나 해외이전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방은 2006년에는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의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트남 공장 건립 계획이 좌초될 뻔했지만 2011년 재검토에 들어가 2013년 2월 면방적 2만5000추 규모로 공장을 완공해 첫해부터 흑자를 냈다. 영업이익도 2015년 386억 원, 2016년 425억 원을 달성하며 방직산업계에서는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곳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흑자는 임대 및 백화점 사업에서 나왔고 섬유사업의 이익은 36억 원에 그쳤다.


자동화 설비를 적극 도입했던 경방은 상대적으로 공장 이전에 따른 구조조정 인력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설 이전을 추진하는 광주의 150명 외에 용인(170명), 반월(70명) 공장의 인력도 동종 업계 대비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2020년 최저임금이 1만 원에 이르면 버티기 어렵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임금 인상 추이를 보면서 결국 추가적인 이전이나 폐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방직업계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다른 대기업들처럼 기본급과 근무수당, 상여금 등으로 임금이 구성돼 있어 실질적인 월평균 임금은 250만∼300만 원을 웃돈다. 대한방직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방직업계 생산직 근로자의 연간 임금은 직접비 3136만 원과 복지비 및 4대 보험료 등을 감안한 간접비 410만 원을 합쳐 3546만 원에 이른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총 인건비는 4104만 원, 1만 원으로 오르면 5389만 원에 이르게 된다.


경방과 전방이 해외 이전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방직업체는 이미 해외로 이전하거나 이전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방림이나 SG충방은 이미 해외로 떠났다. 동일방직은 해외 이전을 1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대한방직협회 관계자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과 전기료 인상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부터 다른 업체들의 연쇄적인 해외 이전이나 사업장 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에서는 경방이나 전방의 사례처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은 3278곳에 이른다. 이 중 상장기업은 232곳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내 기업들이 2020년까지 부담해야 할 추가금액은 81조5259억 원(2017년 대비)에 이른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계기업 상당수가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내 방직산업의 기반이 붕괴되면 관련 산업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경기 북부 지역에 밀집한 영세 염색업체들은 폐업비용조차 없어 공장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현수 기자
#인건비#기업#경방#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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