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은 신고리 5, 6호기 (공사 영구중단 결정) 문제에 국한된다.”(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정부는 24일 공론화위 활동이 탈(脫)원전 정책과 연결고리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론화위에 대해 “공약대로 했다면 그냥 중단할 수도 있었겠지만 국민 합의를 끌어내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사 영구 중단 공약의 실행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만큼 신고리 5, 6호기 공사 영구 중단 문제는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이다. 공론화위를 거쳐 영구 중단이 결정되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여론 지지라는 명분까지 얻으며 탄력을 받는 반면 공사 재개로 결론이 나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숙제를 받아든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결론을 정해 놓고 사회적 합의라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위원회를 한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념하겠다”며 공정성을 강조했다.
○ 시민배심원단 구성이 공론화위의 핵심
공론화위의 핵심 역할은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여론조사 방식 설계와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는 일이다. 여론조사 항목, 답변자의 연령과 지역, 시민배심원단 규모 및 이들에게 제공할 참고자료 구성 등을 결정한다. 홍 실장은 “공론화위가 신고리 5, 6호기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공론화위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민배심원단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는 첫 회의가 열린 이날부터 최대 90일간 활동할 수 있다. 활동이 마무리된 뒤에도 최대 1년 동안 유지된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총리실 훈령으로 공론화위 설치와 관련된 내용도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 소수의견을 많이 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노동법실무연구회를 창립하고 노동법 관련 저술을 이어가는 등 법조계의 대표적인 노동법 전문가로 불린다. 대법관을 마친 뒤에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과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장,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나머지 8명의 위원은 대체로 중립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30대가 8명 중 3명, 여성이 3명을 차지한다. 현직 교수가 6명이나 되는 점도 눈에 띈다.
○ 신고리 5, 6호기 운명이 탈원전 정책도 좌우
정부는 공론화 작업이 신고리 5, 6호기에 국한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탈원전은 이미 확정지었고 다만 신고리 5, 6호기 문제만 예외적으로 국민 여론을 추가로 듣겠다는 것이다. 백 장관은 “신고리 5, 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탈원전 로드맵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고리 5, 6호기 문제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분리해서 다루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약 공론화위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여론이 형성된다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화위를 통해 전달된 여론의 결정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거듭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신고리 공사 재개와 탈원전은 별개”라며 2030년까지 원전 11기를 폐쇄하는 계획을 강행한다면 더 큰 혼란과 반발은 불가피해진다. 반대로 배심원단에서 신고리 5, 6호기 영구 중단이 결정되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무게를 감안한 듯 청와대는 공론화위의 공식 출범과 관련해서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반응이 자칫 공론화위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탈원전 정책 반대 측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 이상 청와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공론화위가 효과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중단 기간에 습기나 염분에 노출되는 철근 구조물에 안전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감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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